정부가 제출한 33조원 규모의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추경안 핵심인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 간 미묘한 균열이 엿보이고 있다. 당정 간 사전 합의된 ‘하위 80% 지급’에 대해 여당에서 전 국민 보편 지급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면서다. 정부와 청와대는 일단 원안을 고수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8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정하고 당 지도부와 협의하면 ‘의원들은 따라라’ 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하고 숙의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의회주의”라면서 “다수 국민이 느끼는 소외감과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2차 추경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열렸던 정책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전 국민 보편 지급’에 좀 더 힘을 실었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전날 의총 내용을 소개하면서 “정부 안에 대한 질의·응답시간에는 국민의 마음으로 묻고 또 물었다”며 “3시간이 훌쩍 넘는 마라톤 토론 끝에 나온 의견 하나하나를 잘 수렴해 예결위에서 제대로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는 예상보다 늘어난 초과 세수를 재난지원금 확대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재부는 이날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에서 올해 5월까지의 국세수입이 총161조8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조6000억원 늘어났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당초 예상보다 12조나 더 세금이 더 걷힌 격”이라면서 “남는 돈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당에서 힘을 얻을 거 같다”고 말했다.
당의 확대 지원 기색에 정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추경안 시정연설에서 “모두가 다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가진 수단과 처해 있는 상황이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우선 보호하고 백신·방역 투자 등을 빼고 나면 사실상 쓸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없다”면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빚을 내겠습니다’라고 하면 국민들이 동의를 하시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당정 합의안에 일단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이철희 정무수석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로는 당정 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서 합의한 안에 충실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