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몇몇 기자들이 여성 인권 시위를 취재하다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끌려가 채찍질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아프간 매체 ‘에틸라트로즈’(Etilaatroz)는 8일(현지시간) 자사 기자 2명이 수도 카불에서 열린 여성 시위를 취재하다가 탈레반에게 잡혀가 구타당했다고 보도했다. 폭행으로 기자들 몸 곳곳에 심하게 피멍이 든 사진도 공개했다.
폭행을 당한 기자들은 탈레반이 자신들을 체포한 뒤 따로따로 방에 데려가 전선 등으로 마구 때렸다고 증언했다.
한 기자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경찰서에서 몽둥이, 전선, 채찍 등으로 구타했다며 “참수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붙잡힌 기자들은 4시간 만에 풀려나 병원으로 이송됐다. 탈레반은 기자들을 체포하고 구타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에틸라트로즈는 전했다.
국제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탈레반이 이틀 사이 최소 14명의 언론인을 구금했다가 석방했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버틀러 CPJ 아시아 담당국장은 “탈레반은 아프간의 독립 언론을 계속 자유롭고 안전하게 운영하게 해준다고 앞서 약속했다”면서 “이런 약속이 무가치하단 점을 빠르게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지난달 미군 철수를 틈타 아프간 정권을 탈환했다. 이들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샤리아) 을 따르는 '이슬람 토후국' 재건을 선포했다.
탈레반은 여성 인권과 언론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이들의 활동을 제한하고 폭력 행위를 일삼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아프간 여성들은 카불 등에서 탈레반에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잇따라 진행했다. 탈레반은 이들을 채찍과 몽둥이로 폭력 진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