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는 혈액 속의 ‘대사물질’(metabolite)이 건강한 사람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사물질은 신체 내에서 이뤄지는 대사에 참여하거나 그것으로 인해 생성되는 화합물을 말한다.
연구팀이 혈액의 모든 성분이 들어있는 ‘전혈’(whole blood)을 분석한 결과 123가지 대사물질 중 일부 대사물질의 수치는 치매 환자에게서 높게 나타났으며, 이 물질들은 뇌신경세포에 독성을 갖기 때문에 치매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1일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의 데루야 다카유키 교수 연구팀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치매 환자 8명과 건강한 노인 8명, 건강한 청년 8명의 혈액 샘플 속 대사물질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적혈구·백혈구·혈장·혈소판 등이 들어있는 전혈에서는 모두 124가지 대사물질이 검출됐으며, 이 중 33가지는 치매 환자와 건강한 노인 사이에 수치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특히 33가지 대사물질 중 7가지는 치매 환자가 건강한 노인에 비해 수치가 높았다.
연구팀은 이 7가지 대사물질이 뇌신경세포에 독성을 갖는 것으로 믿어지며, 따라서 치매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7가지는 ‘혈장’에서 발견됐다. 혈장에는 100여 가지의 단백질이 함유돼 있고 이 단백질들은 삼투압 유지·면역·지혈 등의 작용을 한다.
나머지 26가지 대사물질은 치매 환자가 건강한 노인보다 수치가 낮았다.
이 대사물질들은 세포의 ‘예비 에너지’(energy reserve) 관리와 영양 공급을 돕는 일을 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중 6가지는 뇌신경세포를 포함, 모든 세포와 조직을 ‘활성산소’(free radical)로부터 보호하는 항산화 단백질이었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대사활동의 자연적인 부산물이다. 하지만 그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질병이 발생하거나 노화가 촉진될 수 있다.
활성산소는 산소 분자가 쌍을 이루지 못하고 여분의 전자를 가지고 있어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고 활성도가 높아 세포의 DNA를 손상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이 26 대사물질 중 20가지는 지금까지 치매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따라서 치매 환자에게 모자라는 이 대사물질의 수치를 높여주는 것이 치매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