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호국영웅 2명의 유해가 71년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6·25전쟁 전사자 가운데 추가로 신원이 확인된 한·미 유해를 서로에게 인도하는 행사를 직접 주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각 23일 오전 10시) 호놀룰루 히캄공군기지 19격납고에서 거행된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을 주관했다. 한국 대통령이 6·25전쟁 전사자 유해 인수식을 해외에서 직접 주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인수식에 앞서 지난 20일 오후 서욱 국방부 장관 주재의 미군 유해 봉송(奉送)식은 별도로 열렸다. 서 장관은 지난 2018년 미국으로 송환했던 1구의 유해를 제외하고, 새로 확인한 5구의 유해를 미국에 추가 봉송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수식을 거친 국군전사자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고(故) 김석주 일병과 故 정환조 일병 유해 2구를 대통령 전용기 좌석에 모셔 국내로 봉환(奉還)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호국영웅이다.
경북 경주 출신의 故 김석주 일병은 2018년 함경남도 장진읍 신흥리에서 북한의 단독 유해발굴로 발견됐다. 미군 유해들과 함께 하와이로 송환된 뒤 한국군으로 판명돼 국방부 국유단 감식 결과 지난 2일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172번째 신원 확인된 국군 유해다.
故 정환조 일병은 경북 포항출신으로 1990~1994년 사이 함경남도 장진읍 청량리에서 북한의 단독 유해발굴로 발견됐다.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서 지난 2일 하와이에서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173번째 신원확인 국군 유해다.
남북은 9·19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인 남북군사합의서에 담긴 비무장지대(DMZ) 내의 시범적으로 남북유해공동발굴 추진 합의에 따라 DMZ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2018년 376구, 2019년 630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한미는 이 때 섞인 국군, 미군 전사자 유해들을 6·25전쟁 전사자 확인 프로젝트(KWIP)에 따라 합동유해 감식 작업을 벌여오고 있다.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故 김석주·정환조 일병의 유해 역시 북한→ 남한→하와이(미국)를 거쳐 71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이날 인수하게 된 총 68구의 국군전사자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66구는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를 통해 함께 봉환된다.
이날 오후 유해들과 귀국길에 오르는 문 대통령은 서울공항 도착 즉시 국군전사자 유해 봉환식을 한 차례 더 주관한다. 문 대통령이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을 직접 주관한 것은 2018년 10월1일, 2020년 6월25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청와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웅의 헌신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국가 무한 책임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미 유해 상호인수식 행사는 최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계획운영처장(육군 중령)과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기관(DPAA) 매트 브래넌 해병대 대령의 사회로 진행됐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주제로 거행됐다.
인수식 행사는 ▲국기에 대한 경례 ▲전사자에 대한 경례 ▲추모기도 ▲문 대통령 추모사 ▲유해 인수인계서 서명 ▲유해 봉송 ▲헌화 및 경례·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유해 전송 때는 김형석 작곡가가 만든 진중가요 '전선야곡'을 육군 군악대가 피아노 연주로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에 실리는 유해를 향해 거수 경례로 예우했다.
이날 인수식에는 우리 측에서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서욱 국방부 장관, 이수혁 주미대사, 홍석인 주호놀룰루 총영사가 참석했다. 허욱구 국방부 유해발굴단장은 유해 인수인계 서명자로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존 아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 폴 라캐머라 유엔군사령관, 다리우스 바나지 DPAA 부국장 등 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 릭 블랭지아디 호놀룰루 시장도 함께 했다. 6·25전쟁 유가족 및 참전용사 38명, 27명의 DPAA 직원도 함께 참석했다.
특히 故 김석주 일병의 외증손녀인 김혜수 소위(간호사관학교 61기)도 참석했다. 김 소위는 유해를 모신 대통령 전용기 좌석 바로 뒷좌석에서 외할아버지의 귀환길을 지킬 예정이다.
한편 이번에 봉환하는 국군 유해 68구를 포함해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총 307구의 유해가 조국으로 돌아왔다. 이 중 16명의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미군 유해는 총 25구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문 대통령은 유해 인수식 행사에 앞서 아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접견했다.
접견에는 우리 측에서 서욱 장관, 이수혁 주미대사, 김형진 안보실 2차장, 강신철 국방개혁비서관이 참석했다. 미 측에서는 아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 라캐머라 유엔군사령관,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대사 대리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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