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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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테니스 간판 권순우, 세계 무대 정상 올랐다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 우승

1세트 타이브레이크 열세 뒤집고
호주 더크워스에 2-0 극적 승리
이형택 이후 18년8개월 만의 쾌거
세계랭킹 50위권으로 진입 전망
권순우가 26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 결승에서 제임스 더크워스에게 승리하며 18년만에 한국 테니스에 ATP투어 우승컵을 안긴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ATP 홈페이지 캡처

투어 체제로 진행되는 프로테니스는 매주 전 세계 곳곳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남녀 통틀어 1년에 열리는 대회 숫자만 100여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우승 타이틀 중 한국 테니스에 허락된 트로피는 많지 않았다. 1982년 여자 프로테니스(WTA)에서 이덕희가 우승을 차지했고, 이형택이 남자 프로테니스(ATP)에서 1회 우승한 것이 전부다. 그나마도 2003년 이형택의 우승 이후로는 한국 선수의 우승 소식이 없었다. 심지어 2018년 호주오픈 4강 신화를 이룬 정현조차도 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 본 적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테니스를 잘하는 100여명의 선수가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대결하는 투어대회의 우승 문턱은 그만큼 높았다.

한국 남자 테니스의 에이스 권순우(24·당진시청·CJ 후원·세계랭킹 82위)가 이 문턱을 마침내 넘어섰다. 그는 26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 마지막 날 단식 결승에서 제임스 더크워스(29·호주·65위)를 2-0(7-6<8-6> 6-3)으로 물리쳤다.

팽팽한 접전 끝에 타이브레이크까지 간 1세트를 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타이브레이크에서 3-3까지 맞서다가 더크워스가 연달아 3점을 가져가 3-6을 만들어 1세트를 내주는 듯했지만 벼랑 끝에서 거짓말처럼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8-6으로 승부를 뒤집어 첫 세트를 따냈다. 상대의 기를 완벽히 눌러버릴 만한 극적인 승부였다.

권순우는 이 기세를 2세트에서 그대로 이어갔다. 자신의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했지만, 곧바로 상대 서브게임을 가져오며 균형을 맞춘 뒤 맹렬하게 몰아붙여 5-2까지 달아났고 1시간36분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승리한 권순우는 수많은 대회 우승자들이 으레 하듯이 코트에 누워 잠시 우승 기분을 만끽했다. 권순우의 첫 투어대회 정상 등극이자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정상에 오른 이형택 이후 한국 남자 테니스가 무려 18년8개월 만에 ATP 투어 단식 우승자를 배출한 순간이었다. 비록 우승 상금 4만7080달러(약 5500만원)라는 작은 규모의 ATP250 대회 우승이지만 권순우에게도, 한국 테니스에도 그 의미는 작지 않았기에 마음껏 기쁨을 누렸다.

무엇보다 이 대회 우승을 통해 더 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권순우는 그동안 소규모 투어대회 8강까지는 자주 올랐지만 그 이상의 고비를 넘지 못해왔다. 그러다 올해 6월 영국에서 열린 바이킹 인터내셔널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하며 한 꺼풀 껍질을 벗더니 이날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이날 우승으로 ATP랭킹 점수 250점을 단숨에 확보해 세계랭킹도 50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다음 주 예상 랭킹은 57위로 자신의 최고 랭킹을 경신할 전망이다. ATP 투어의 경우 대회 규모에 따라 20~40명의 선수가 랭킹 순으로 예선을 면제받는데 일반적으로 세계 60위권 이내면 거의 모든 대회에서 예선 없이 본선부터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이날 우승으로 기회와 자신감까지 챙긴 권순우는 이제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향해 도전할 일만 남았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