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국힘 게이트”, “이재명 설계”… ‘대장동 의혹’, 공수처가 나설까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 논란 확산

곽의원 아들 “난 오징어 게임 속 말
아버진 최근 알아” 배후·대가성 부인

화천대유 “성과급·질병위로금 포함”
일반 직원의 20배… 통상적이지 않아

유승민·원희룡 당에 “읍참마속” 촉구
野 “여야없이 특검·국조로 의혹 규명”

與 “삼성전자 사장보다 많은 퇴직금”
송영길 野 특검요구에 “檢 수사 먼저”

국민의힘 곽상도(사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의 퇴직·상여금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장동 게이트’로 맹공을 펼치던 야권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곽 의원이 논란에 책임을 지고 탈당했지만 여권은 ‘국민의힘 게이트’로 거세게 맞불을 놓으며 ‘제3자 뇌물 공여’ 의혹에 이어 대장지구 개발사업이 “국민의힘 제기하고 나섰다. 여당은 검찰 수사, 야당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가운데 당장은 특검보다는 검경 수사에 무게가 쏠릴 전망이다.

 

곽 의원은 26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아들 곽모(32)씨가 받은 거액의 퇴직금에 대해 “회사가 정한 거라서 잘 모른다. 상식적으로 말하면 과다하다고 할 수 있다지만 그 회사를 지금 문제 삼는 이유가 돈을 엄청 벌어서 그런 건데,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그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대선을 앞두고 당에 부담을 줄 수 없었다”고 탈당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움 속에서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공공 이익보다는 민간 업체가 더 이익을 취하는 구조로 대장동 사업을 진행했다”며 이 후보가 사건의 몸통이라는 사실을 부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곽씨는 이날 입장문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빗대며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이다. 화천대유라는 게임 속의 말이었다”며 “입사 시점에는 모든 세팅이 끝나 있었다. 시키면 했고, 열과 성을 다했다”고 말했다.

 

곽씨는 자신이 받은 월급도 공개했다. 세전 기준으로 2015년 6월 입사 후 2018년 2월까지 약 3년간 233만원, 2018년 3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는 333만원, 이후 지난 1월까지 383만원의 급여를 받고 일했다고 밝혔다. 성과급이 책정된 경위는 “회사가 엄청나게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된 데 따른 것”이라며 “입사할 때부터 약속되어 있던 금액은 아니었다. 모든 임직원이 성과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곽 의원이 연관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버지는 최근에 이 사실을 알았다”며 “아버지가 화천대유의 배후에 있고 그 대가를 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연합뉴스

화천대유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퇴직 당시까지 지급이 지연된 대장동 개발사업의 성공에 따른 성과금 보상도 함께 이뤄진 것이고, 퇴직금 산정 시 대장동 개발사업 성공에 따른 성과급도 포함됐다”며 “질병에 대한 퇴직 위로금 성격으로 당시 회사 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승인, 지급된 금액도 포함됐다”고 했다. 곽씨를 포함해 올해 퇴직자에 지급한 화천대유 퇴직금 내역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화천대유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5∼2020년 6년간 화천대유가 퇴직한 직원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모두 2억5903만원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통상의 퇴직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방미 중인 이준석 대표는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곽 의원의 탈당계 제출을 알리며 “법적 책임 유무는 향후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그 여부를 떠나 공인으로서의 정치적 책임에 대해 국민의힘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장동 개발의혹' 및 곽상도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등과 관련한 긴급 최고위원회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내에서는 부동산 이슈의 휘발성과 과도한 보수에 따른 청년세대의 반감이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원희룡 후보는 “읍참마속 해야 한다”며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여권의 대선 후보들은 거액의 퇴직·상여금의 대가성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전북 순회합동연설회 인사말에서 “화천대유는 박근혜 정권의 실세들과 진짜 부동산 기득권 세력인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꿀단지였다는 말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천대유가 곽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준 것이 어떻게 대가성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냐”며 “이것이 개인의 노력에 따른 퇴직금이라고 한다면 지금 1990년대생 대한민국 청년들의 가슴이 무너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30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던 사회초년생이 6년 근무에 삼성전자 사장보다 더 많은 퇴직금이라니, 국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액수”라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신속한 검찰 조사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후보는 “화천대유를 중심으로 복마전처럼 얽히고설킨 비리의 사슬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정의롭게 처리해야 한다. 박영수 전 특검,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의 특혜의혹이 불거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에서 26일 아파트 등 신축공사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성남=하상윤 기자

◆공수처, ‘대장동 의혹’ 직접수사 나설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15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공영개발 사업 특혜의혹 규명에 나설지 관심이다. 거물급 인사들의 연루 의혹인 데다가 국민적 공분이 큰 사안이다. 다만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인물도 들어 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고발사주’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경찰과 검찰까지 수사에 나선 상황이라서 공수처로선 관련 고발건을 직접 수사할지를 놓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26일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32)이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시행업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곽 의원과 아들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사세행 측은 곽 의원 아들이 2015년부터 230만∼380만원의 급여를 받으면서 사업 성공을 위해 여러 사안을 처리하고 내부 성과급 규정에 따라 받은 것일 뿐이라는 주장에 의혹을 보내고 있다. 곽 의원 아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 “열정으로 가득했던 저는 어떻게 하면 월급을 더 받고, 회장님이 말씀하시는 상응하는 대가를 얻을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고, 주식이나 코인 같은 것들에 투자하는 것보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오너에게 인정받도록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회사를 다녔다”면서 성과급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야권에서는 곽 의원과 화천대유 간에 모종의 이해관계가 있지 않았을까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6년 가까이 일한 30대 초반이 대그룹 전문경영인 수준급의 50억원을 성과급으로 챙긴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화천대유 소유주인 김만배 회장이 곽 의원의 정계 입문 전 검사 시절부터 같은 대학 출신으로서 친분관계가 있었고 사업과정에서도 어떤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보고 있다. 곽 의원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아들이 입사할 무렵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내며 박근혜정부의 ‘실세’로 불렸다.

 

곽 의원은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대상에 포함되는 고위공직자에 해당한다. 공수처가 결정한다면 곽 의원과 가족을 수사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곽 의원 말고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발장도 공수처에 들어와 있다.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가 “대장동 개발은 공영개발을 가장해 민간에게 막대한 특혜를 몰아준 부동산 적폐 완결판”이라며 이 지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건이다. 이 지사의 경우 공수처가 바로 수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지사는 당시 기초자치단체장(성남시장)이었기 때문에 공수처법상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지사가 현재 도지사이기 때문에 물론 수사는 가능하나 기소할 권한이 없다. 수사를 하더라도 ‘해직교사 특별 채용’ 의혹을 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처럼 기소권을 검찰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의 ‘고발사주’ 의혹 수사로 여력이 없어 대장동 의혹까지 손을 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사 본류인 대장동 개발사업의 자금흐름을 경찰이 추적 중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요소다. 다만 대법관 출신 등 법조계 고위직 인사들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연루된 정황이 나오고 있어 모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퇴직한 판·검사도 공수처 수사대상이다.


이창훈 기자, 성남=오상도 기자, 박미영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