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인 케냐 나이로비 단도라 쓰레기장에서 토니(가명, 8세)라는 아이를 만났다.
조그마한 손에 제 몸보다 큰 마대자루를 들고 정신없이 고철을 줍고 있던 토니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할머니 역시 빈 병을 주워 팔며 하루에 1달러 남짓을 벌고 있어, 학교에 가는 것은 사치이고 토니 역시 쓰레기 더미에서 고철을 주워 집안의 생계를 돕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쓰레기장에서 일하는 것이 불법이라 토니는 어른들이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에 몰래 들어와 쓰레기를 주울 수밖에 없었다. 이따금씩 배가 고프면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사탕수수를 먹기도 하는데 배가 차진 않지만 갈증을 해소해 주는 단비와도 같다고 말하며, 얼른 자라 버스 운전기사가 되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했다.
오는 17일은 빈곤·기아 근절과 국제적 관심 촉구를 위하여 유엔이 제정한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이다. 1987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의 ‘인권과 자유의 광장’에서 조제프 레신스키 신부 주도하에 10만명의 군중이 모여 ‘절대빈곤 퇴치운동 기념행사’를 연 것이 그 시작이다. 세계 빈곤 퇴치의 날, ‘빈곤의 진정한 얼굴’을 발견하고 빈곤의 굴레를 끊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지원과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
[열린마당] 17일은 유엔 ‘세계 빈곤 퇴치의 날’ 기아의 굴레 끊을 수 있게 도와야
기사입력 2021-10-14 23:18:11
기사수정 2021-10-14 23: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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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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