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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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산업 분류 기준 ‘택소노미’… 韓선 ‘LNG 포함’ 논란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각국 ‘녹색분류체계’ 논의 활발

EU, 기후변화 완화·순환경제 전환 등
6가지 기준 세워 2022년 2월 완성 목표
산업 육성·투자 등 가이드라인 역할
위장환경주의 방지·ESG 투명화 기대

환경부도 ‘한국형 택소노미’ 도입 추진
초안에 화석연료 LNG, ‘녹색’ 포함 파장
“국제사회 신뢰 잃을 우려 커” 비판 나와

복잡한 경제활동, 이분법적 접근서 탈피
이롭지도 해롭지도 않은 산업 ‘황색’ 분류
‘온실가스 배출’ 천연가스 등 개선 노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산업(사업)이 존재한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석탄발전이 있는 데 비해 인류 전기생산의 미래처럼 그려지는 풍력·태양광발전도 있다. 연료를 태우는 엔진을 장착하고 달리는 내연기관 중심 자동차산업은 종언을 고했고, 배터리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전기차산업이 각광을 받는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이렇게 딱 떨어지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천연가스(LNG)발전은 석탄발전 만큼 환경에 해롭진 않고 원자력발전은 탄소 배출량이 훨씬 적다는데, 친환경 여부는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 걸까.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수많은 물음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수많은 경제활동을 놓고 친환경 여부를 구분할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Taxonomy) 마련이다. 우리도 이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양이원영·이소영·우원식, 정의당 강은미·류호정·장혜영,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과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 연구회가 주최하고 시민단체 기후솔루션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환경운동연합이 주관했다.

 

◆택소노미란 뭔가

 

세계적으로 전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발전 방식으로 사회를 바꾸고 기존 산업체계과 자금 투자까지 변화시키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일단 지속가능한 경제활동부터 규정하기로 했다. 무엇이 ‘친환경’인지 기존 표준산업분류체계처럼 목록으로 정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EU 분류체계 즉 EU 택소노미다.

 

택소노미를 도입하려는 배경은 다방면으로 나뉘어 있다. 일단 이 체계는 어떤 경제활동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지, 또는 기후변화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이런 산업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투자가 이뤄져 해당 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환경성과까지 개선한다는 목적도 있다. 사회 전반에 저탄소 경제를 실현하자는 것이 궁극적인 도입 취지다.

 

이러한 거시적인 도입 목적 외에도 특정산업의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을 방지하고 민간자본의 참여를 촉진하는 한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공개 투명화 등 부수적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내년 2월 택소노미 완성을 목표로 하는 EU는 자체적으로 설정한 6가지 주요 환경목표와 기타 조건들의 충족 여부를 따져 각각의 산업을 어떻게 규정할지 논의하고 있다.

 

6가지 환경목표에는 △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순환경제로의 전환 △생물 다양성 보호 및 복원 등이 포함되며, 이 중 하나를 충족해도 다른 목표에 반하는 사업은 ‘친환경’으로 분류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하나의 환경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환경적 위해를 가하면 안 된다는 원칙은 결국 충분히 환경에 기여하고 있는지 살핀다는 것이다. EU는 그외 조건으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준수하는지 등을 따진다고 제시했다.

 

◆그린워싱 의심받는 ‘K-택소노미’

 

우리나라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일명 ‘K-택소노미’를 도입하려 환경부를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무엇이 녹색경제활동인가를 규정하는 기준 없이는 수출도, 해외자금 유치도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지난달 말 제시한 한국형 택소노미 초안을 보면 우리나라 역시 EU와 유사하게 6대 환경목표를 설정하고 그중 하나 이상의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을 첫 번째 기본원칙으로 명시했다. 두 번째 원칙으로는 하나의 환경목표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다른 환경목표에 심각한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마지막 원칙으로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통념상 허용하지 않는 아동노동, 강제노동, 문화재 파괴 등의 물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향후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초안 공개 직후부터 여러 우려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화석연료인 LNG발전을 ‘녹색’ 항목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LNG 포함으로 대표되는 한국형 택소노미가 이대로 확정 될 경우 한국의 녹색분류체계 자체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국제적 평판과 명성을 중시하는 금융업 특성상 금융기관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해당 기관의 투자가 비난받을 수 있는 택소노미는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택소노미 도입을 시도하는 기본목적 자체가 금융 변화를 통한 산업 변화인 만큼, 금융기관의 선택이 소극적이라면 한국형 택소노미는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일부 기관이나 민간자금이 LNG 투자 확대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은 차치하고 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책임연구원은 “녹색분류체계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분류체계를 채택하는 것”이라며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녹색투자를 확대한다’는 녹색분류체계 도입목적 달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도 LNG 포함 등 구체적인 부분에서 개선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권 활동가는 “녹색분류체계가 금융지원을 목적으로 한 가이드라인이지만, 이 과정에서 ‘녹색’ 규정에 대한 사회적 학습 효과가 발생하고 EU를 제외하면 한국의 녹색분류체계 수립이 선도적인 위치를 갖고 있어 이후 외국의 녹색분류체계 도입 과정에서 레퍼런스로 삼게 될 가능성이 높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녹색산업 외엔 유해산업?… ‘신호등’ 체계 세분화 목소리

 

국제적으로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Taxonomy)를 마련하면서 처음에는 무엇을 친환경 활동으로 구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었다. 친환경 활동은 ‘녹색’, 나머지는 ‘비녹색’으로 양분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이 체계를 더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친환경 활동 외에도 환경에 해로운 활동과 환경에 이롭지도 유해하지도 않은 중간층을 만들어 총 세 항목으로 나누는 ‘신호등’ 체계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 같은 신호등 체계는 유럽연합(EU)과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일부 친환경 활동을 빼면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녹색이 아니다’라고 정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기존의 이분법적인 접근은 비판을 받아왔다.

 

EU는 ‘황색’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친환경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 경제활동이 해당한다. 석탄발전 산업과 같은 환경에 해로운 활동은 ‘적색’이다. 일각에서는 환경과 큰 관련성이 없는 서비스 산업 등을 네 번째 항목으로 별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재 택소노미 논의는 세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이처럼 분류체계를 세분화하면 복잡다양한 경제활동의 환경성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비녹색으로 뭉뚱그려졌던 수많은 산업을 보다 구체적으로 따져 어떤 산업이 더 장려돼야 하고 어떤 산업은 친환경적인 변화가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어떤 산업이 특히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지도 쉽게 구분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특정 산업의 투자규모나 생산방식까지도 좌우할 전망이다. 녹색경제를 성장시키는 일만큼이나 적색경제 규모를 줄이는 일은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 제도·정책의 효율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필요성에는 논란이 없다. 하지만 천연가스발전과 원자력발전을 어떤 항목으로 분류할지를 놓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EU 택소노미 심사기준 권고안을 작성하는 EU지속가능금융플랫폼의 회원이자 세계자연기금(WWF) 유럽정책사무소의 수석경제학자인 세바스티앙 고디노는 23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무엇이 녹색경제활동인가’ 토론회에서 “전력과 난방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가스발전은 ‘황색’으로 분류하자는 의견이 있다. 이는 EU 택소노미 기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원전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며 “보통 저탄소로 구분되지만 방사능 폐기물을 처분할 시설이나 다른 해결책이 아직 없어 녹색에 포함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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