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영화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간간이 발표되었다. 전형적인 서부영화는 1860년대부터 1890년대까지 미국의 서부를 배경으로 보안관이나 카우보이, 기병대인 백인 남성 영웅이 총으로 인디언이라고 불렸던 원주민이나 무법자들을 퇴치하고 마을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구조이다. 고전 신화에 남성 영웅이 악을 무찌르고 문명의 설립에 기여한다는 점과 비슷해서 서부영화를 역사가 짧은 미국의 건국신화로 간주하곤 한다. 서부영화에서 흔히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서부의 야만과 지나치게 개발된 동부의 문명이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곤 하는데, 시간의 흐름을 보면 결국 서부에도 동부와 같은 문명이 들어선다는 사회 변화를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에 죽거나 제거되는 이는 대체로 구질서를 상징한다.
그런데 1960년대 미국에서 인권운동이 일어나고 베트남전 개입 등으로 기존 서부영화의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용감한 백인 남성 영웅은 겁쟁이이거나 사기꾼임이 드러나거나, 흑인이나 라틴계 총잡이나 카우보이가 등장하기도 하고, 원주민의 관점에서 백인들이 침략자나 학살자로 그려지고, 여성도 적극적인 개척자라는 서부영화가 등장했다.
더욱이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와 같이 총격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주인공이 정의 실현보다는 현상금이나 복수에 집착하는 이탈리아 스파게티 웨스턴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서부영화의 목가적인 분위기는 사라져 버렸다. 스파게티 웨스턴들이 주로 유럽에서 만들어지는 등 서부영화를 반드시 미국에서 찍어야 할 이유도 없어졌다. 서부영화는 많은 나라의 액션영화에도 영향을 끼쳤고,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에 고국을 떠나 만주에서 정착촌을 꾸린 이들, 독립군, 일본군, 마적단이 뒤엉킨 액션영화를 ‘만주 웨스턴’이라고 부른다.
최근에 제인 캠피온이 연출한 ‘파워 오브 더 독’이 개봉됐다. 영화는 1925년 몬태나를 배경으로 한다. 결혼한 여성이 낯선 집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소외감과 고독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여성 고딕 영화를 닮았다. 특별히 악당이 등장하지 않지만 소를 모는 카우보이식 삶과 지식을 쌓아서 의사가 되려는 문명의 삶이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전통적인 서부영화의 대표적인 상징인 총은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가치의 충돌과 변화가 본질이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