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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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매 맞는 이준석, 대표 사퇴엔 선그어… ‘식물 지도부’ 전망도

당 안팎서 “백의종군 해야” 책임론 분출
특히 의원들 불만 폭발… 선수별로 모여
尹 측 “李 2030 지지, 과대 포장” 맹비판
“李, 尹에 계륵만도 못한 존재” 비아냥도
李 “거취 변함없다” 이어 무시전략 일관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행사 전 통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재편을 둘러싼 내홍이 최고조에 달한 4일, 윤석열 대선 후보뿐만 아니라 이준석 대표 역시 중대 기로에 섰다. 당 안팎에서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이 대표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과 함께 당대표직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연일 사퇴에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원내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재선 송석준 의원 등 11명은 이날 오전 ‘당 쇄신 방안 논의 및 대선 승리 전략 모색’을 사유로 내세워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명목상 사유보다는 전날 의총에 이어 또 다시 ‘이 대표 성토대회’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의총에서는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책임론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의총은 전날 사퇴 의사를 밝힌 김기현 원내대표가 열지 않기로 결정해 무산됐다.

 

의원들은 의총 대신 선수별로 따로 모이기로 했다. 중진들과 재선 의원들은 이날 각각 국회에서 모임을 가졌다.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모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실에서는 “당을 이 꼴로 만든 게 누구냐, 이준석 아니야 이준석” 등의 고성이 흘러나와 밖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에게까지 들렸다. 가장 비중이 큰 초선 의원들은 5일 오전 10시에 국회에서 모여 이번 사태에 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는 보다 노골적으로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윤 후보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경진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단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제가 만나는 사람 중에 10명 중에 한 7~8명 정도는 이 대표가 백의종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라며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 사퇴로 2030 세대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 아니냔 물음엔 “‘이 대표 없인 2030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이 얘기도 어떻게 보면 과대 포장된 주장 아닌가”라며 “중요한 건 2030이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실천해 줄 수 있는 후보”라고 답했다.

 

김용남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도 TBS라디오에서 “대부분의 당내 의견은 이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특보는 “점잖게 표현하면 윤 후보 입장에서 이 대표는 계륵과 같은 존재고, 보다 강한 표현을 쓰자면 그것보다 훨씬 못한 존재”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년 신년인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 같은 ‘뭇매’에도 이 대표는 자진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 밤 기자들과 만나 “제 거취엔 변함이 없다”고 했던 이 대표는 이날은 관련 질문들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전날 김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가 사퇴 의사를 밝힌 것도 이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앞으로 선출직 최고위원 3명만 더 사퇴하면 의결정족수 미달로 ‘이준석 지도부’가 무력화될 수 있다. 이 대표와 충돌했던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의 자진 사퇴 가능성이 점쳐지자 이 대표는 전날 옛 바른미래당 사태 당시 손학규 대표의 ‘버티기 작전’을 거론하면서 “즉각적으로 (사퇴한 최고위원들의) 대체 멤버를 준비할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의 사퇴 여부는 대표가 결정할 일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의원들이 당 지도부 책임도 있다고 사퇴를 요구한다면 기꺼이 사퇴할 의사가 있다”고 우회 압박했다. 그는 이 대표의 ‘대체 멤버’ 운운에는 “지금 이 대표가 그렇게까지 갈 상황인가”라며 “오히려 전체 의원들의 요구가 과연 어디에 닿아 있는가를 먼저 보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