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줄리 앤 줄리아’
음식이 주제인 영화는 언제나 어느 정도의 흥행이 보장된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앞선 ‘씨네 퀴진’에서도 소개한 몇 편의 음식 영화 외에도 내 전공인 프랑스 요리가 주제인 정말 사랑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줄리 앤 줄리아’이다. 영화는 줄리아 차일드의 프랑스 생활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예쁜 건물들과 친절한 사람들, 버터가 듬뿍 들어간 가자미 구이까지 미국인인 줄리아에겐 그 모든 것이 신세계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줄리아 차일드’와 줄리아 차일드가 쓴 요리책을 따라 만들고 포스팅하는 미국의 작가지망생 ‘줄리’이다. 바쁜 미국 경쟁 사회에서 많은 것에서부터 비교당하던 줄리는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 레시피를 공부하기로 마음먹는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여준 뵈프 부르기뇽을 먹었던 추억을 이야기하는 줄리의 표정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 줄리와 줄리아에겐 약 40년이라는 시간 텀이 있다. 현재를 사는 줄리가 흑백 텔레비전을 보며 줄리아를 이해해가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다. 줄리가 블로그에 줄리아의 요리를 포스팅하며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줄리아는 프랑스어로만 써있는 프랑스 요리를 영어로 번역하기에 최선을 다한다. 40년 전의 프랑스와 지금의 미국을 번갈아 가며 그 둘의 삶을 보여준다. 여성이 전문 요리사가 되기 어려웠던 그 시절에 차별을 극복하는 줄리아에게나 주의력결핍장애(ADD)로 끈기가 없는 줄리가 목표를 마지막까지 끝낼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큰 조력자는 곁을 지키는 남편들이다.
영화에는 정말 흥미로운 음식들이 많이 나온다. 버터로 구운 가자미, 훌렌다이즈 소스와 아티초크, 버터에 구운 버섯을 넣은 치킨 요리, 그리고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는 줄리가 책을 보며 만든 수란(포치드에그)이다. 줄리는 계란을 먹지 못한다. 책을 보고 만든 수란을 용기를 내 처음 먹으며 웃는 그녀를 보면 앞으로 그녀의 도전 또한 아름답게 펼쳐질 것 같다.
#줄리의 수란
영화 속 줄리가 요리하는 장면을 보다 보면 내가 처음 요리를 배웠을 때가 생각이 난다. 그중 줄리가 수란을 처음 실패했을 때는 어린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지금이야 수란 같은 것은 계량도 안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성공한다. 하지만 처음 수란을 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지하 방에 혼자 자취할 때였다. 더운 여름 버너를 틀고 물을 회오리치며 식초를 푼 뜨거운 물에 계란을 풀어 넣었다. 근데 정말 계란이 풀어졌다. 마치 계란탕처럼 흰자는 물에 풀어지고 노른자만 둥둥 떠다녔다. 그렇게 계란 10개가량 풀었을 때 겨우 한두 개 성공했다. 그 당시에 유튜브도 없었고 블로그도 친절하지 않았다. 책이 전부였다. 그 한두 개의 계란을 가지고 부들부들 손을 떨며 접시에 플레이팅했다. 지금은 어떤 것이 문제인지 안다. 물의 온도가 너무 낮았을 것이고, 식초의 양이 물에 비해 적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뜨거운 여름, 계란은 흰자가 수분을 더 많이 머금고 있어서 물속에서 응고가 잘 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다 들어맞아 식초 맛 계란탕을 끓이게 된 것이다. 그때의 경험은 정말 좋은 추억이다. ‘요리도 운동처럼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해요’라는 줄리아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줄리아 차일드와 나의 프랑스 요리
줄리아 차일드는 남편을 따라 프랑스 파리와 마르세유에서 7년간 살았다. 그동안 그녀는 르꼬르동 블루 요리학교를 수료하고 시몬 베크, 루이제트 베르톨과 함께 ‘프랑스 요리 예술의 대가가 되는 방법’을 집필한다. 그녀의 요리는 미국에서 뵈프 부르기뇽이 유행하게 되는 데 크게 일조한다. 뵈프 부르기뇽의 레시피를 처음으로 정립한 사람은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이다. 뵈프 부르기뇽이 줄리아로 인해 더욱더 널리 알려지게 된다. 나는 한국의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호텔 생활의 마지막을 보냈다. 노보텔은 프랑스 브랜드다. 항상 프랑스 셰프 1명은 주방에 있었다. 그때 처음 프랑스 요리를 접하며 테린, 파테, 리예트, 콩피 등을 배웠다. 결정적으로 프랑스 ‘보퀴즈 도르’(Bocuse D’or)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며 더 깊이 빠져들었다. 지금은 내 개인 블로그인 ‘김셰프의 요리연구소’에 에스코피에의 부엌이라는 제목으로 에스코피에의 책을 보며 줄리 앤 줄리아처럼 100년 전 프랑스 요리에 대해 재정리하고 있다.
■수란을 올린 아스파라거스
<재료>
계란 2개, 수란용 물 1L, 식초 30㎖, 소금, 아스파라거스 3개, 베이컨 1줄, 버터, 그라나 파다노 치즈
<만들기>
① 물1L에 소금을 넣고 끓인 후 식초를 넣는다. 섭씨 100도 아래 80도 정도로 끓었을 때 계란을 풀어 넣는다. 3분가량 익힌 후 찬물에 헹구어 신맛을 제거한다.
② 아스파라거스 껍질을 벗기고 끓는 물에 15초 데친 후 찬물에 헹군다.
③ 팬에 버터를 두르고 아스파라거스를 노릇하게 굽고, 베이컨도 노릇하게 굽는다.
④ 접시에 아스파라거스와 베이컨, 수란을 올리고 치즈를 듬뿍 뿌려 마무리한다. 구운 버섯을 곁들여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