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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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통령보다는”… 이낙연 캠프 출신 정운현, 尹 지지 선언

“윤석열 직접 요청에 돕기로 했다”
李 겨냥 “썩은 사과 먹을 수 없었다”
이낙연 측 “경선 이후 인연 끝났다”
정운현 전 실장과 윤석열 후보. 정운현 SNS 캡처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돕던 정운현 전 국무총리비서실장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요청에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며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괴물’에 비유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 후유증이 봉합되지 못하고 결국 폭발한 모양새다. 

 

정 전 실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노무현정부에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지낸 바 있는 진보진영 인사다.  이후 친일인사들에 관한 연구활동을 하던 중 문재인정부 이낙연 국무총리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이 인연으로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이낙연 캠프에서 공보단장을 맡았다. 

정 전 실장은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간 진보진영에서 활동한 사람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그간에도 그래왔다”면서도 “이번에는 그리할 수 없다. 이 후보 삶과 행태도 동의가 어렵거니와 민주당도 더는 우리가 알던 그 민주당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정 전 실장은 “경선 이후 캠프는 해산했고 저는 본래 제 자리로 돌아왔다“며 이 전 대표와 선을 그었다. 

윤 후보를 지지하게 된 배경으로는 윤 후보의 직접 요청을 꼽았다. 정 전 실장은 “최근 양쪽을 다 잘 아는 지인 주선으로 윤 후보를 만났다”라며 “윤 후보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당혹스러웠지만 결국은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워싱턴포스트가 ‘이번 한국 대선은 차악을 뽑는 선거’라고 지적했는데, 윤 후보를 돕기로 한 것은 바로 그 차악(次惡)을 선택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만물박사여야 하진 않는다”라면서도 “정직성, 투철한 공인의식, 리더가 지녀야 할 자질 등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후보를 겨냥해서는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후보, 보통사람의 도덕성만도 못한 후보,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보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쏟아낸들 그 약속은 믿을 수 없다”며 “덜 익은 사과는 익혀서 먹을 수 있지만 썩은 사과는 먹을 수 없없다”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전과 4범, 형수 욕설 논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을 거론하며 “지도자로서 치명적 결함을 가진 이재명 후보를, 도덕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진보진영의 내로라하는 명망가들이 지지하는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연합뉴스

정 전 실장이 이런 행동은 결국 경선 후유증이 원인으로 보인다. 정 전 실장도 “경선 결과는 참담했다. 민주당은 ‘사사오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를 당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며 앙금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후보들의 득표를 무효표로 계산했다. 해당 득표를 유효표로 계산했다면 이 후보는 과반 득표에 실패, 결선 투표를 치렀어야 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지지자들과 이 전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추후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이낙연 총괄상임선대위원장과 정 전 실장 인연은 경선 이후로 끝이 났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정 전 실장을 말리고자 했으나 본인 주장이 너무 강해 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