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인구와미래] ‘뉴노멀’이 된 극단적 저출산

IMF 같은 특별한 이유 없이
2016년부터 출산율 계속 감소
복지지원 위주 대책 효과 없어
취업·주거 등 구조적 해결 시급

지난주 통계청은 지난해 26만명의 아이가 태어나 합계출산율이 0.81이었다고 잠정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초 인구학자들은 출생아 25만명, 합계출산율 0.8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는데, 이러한 한계선들은 지켜냈으니 그나마 선방한 것 같다. 하지만 매우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출생아 수 26만명은 2000년 64만명에 비해 20년 만에 약 60%가 감소한 것이고, 100만명 넘게 태어난 1971년생들에 비해선 약 75%가 줄어든 셈이다. 1.0에도 못 미치는 출산율은 4년째 계속 감소했는데, 이런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다. 평생 여성 한 명이 평균 2.1명은 낳아야 인구 규모가 유지되는데, 지금의 출산율로는 인구, 특히 청년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나타나 우리 사회 시스템이 지속될지조차 의문스럽다. 실제로 해외 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우리나라 출산 동향을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양상들이 발견된다. 우리나라 초저출산은 IMF 외환위기의 직접적 파장이 나타난 2002년부터 시작됐는데, 이때 태어난 출생아들이 지난해 지방대 대량 미달 사태를 만들었다. IMF의 직접적 영향이 사라지기 시작한 2005년부터는 출산율이 2~3년의 기간을 두고 증가와 감소를 반복한다. 2006년부터의 혼인과 출산 증가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쌍춘년이니 황금돼지띠니 하는 ‘띠 효과’를 말하기도 했지만, 실은 1990년대 말부터 경제위기로 미뤘던 결혼과 출산이 일부 회복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경제위기 같은 특별한 이유 없이 출산율 감소세가 계속돼 2018년부터는 1.0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 출산율 감소 속도도 상당히 빠른데, 2020년까지 매년 5% 이상의 감소가 이어졌고, 특히 2017년에는 10%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81은 2020년 0.84에 비해 감소세가 상대적으로 약화된 수준이다. 특히 2020년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결혼 건수가 급감한 것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의 출산율 감소는 사실상 출산율이 오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정부 저출산 정책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 단지 2016년부터 결혼과 출산을 계속 미루다가 그래도 아이를 낳으려는 일부 부부들의 출산 이행이 나타나기 시작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지난해 평균 출산연령은 33.4세로 전년도에 비해 0.27세가 늘었는데, 이는 2001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사라지면서 출산율이 상승했던 2010년 0.29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세다. 혼인 연차가 높은 부부들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의 비율이 높아진 것도 연기된 출산이 이제야 일부 나타난 것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사라지고,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극단적 저출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상황이 나아져도 혼인과 출산을 미뤘던 청년들은 계속 아이를 낳지 않거나 혹은 하나만 낳는 데 그칠 것이다. 그렇게 비혼 또는 무자녀 기혼으로 지내는 것이 청년들 사이에서 ‘정상’적인 것으로 굳어지는 게 가장 우려스럽다. 극단적 저출산이 새로운 정상(뉴노멀)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1~2년 동안의 주택가격 폭등으로 인한 결혼과 출산 기피는 아직 출산 동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도 않았다. 실제로 2021년 12월 출생아 수는 전년도 동월 대비 13%의 큰 감소가 나타났는데, 이는 올해 다시 출산율이 급락할 것이라는 불안한 신호일 수 있다.

 

그동안 저출산 정책이 복지 지원사업 위주로 진행됐고, 대선 후보들도 같은 인식으로 지원을 늘리는 공약에 머물러 있다. 정작 청년들의 생애과정 이행을 가로막는 일자리, 주거, 교육 등 구조적 문제들은 그런 단위 사업들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저출산 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국정기조로 다뤄져야 할 구조적 문제들을 단타성 지원사업들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는 단기적 성과가 없다고 저출산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부처를 아우르는 국정의 핵심과제로 상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