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에 지원하기 위해 폴란드로 무단 출국한 해병대 현역 병사 A씨가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복무 중 병영 부조리를 겪었다는 A씨는 “죽어도 의미 있는 죽음을 하자는 생각으로 왔다”고 말했다.
22일 A씨는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국경 안으로 들어와 대기하고 있다”며 “원래 계획으로는 오전 3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1시)에 전선으로 들어가기로 했는데, 포격이 너무 심해서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검문소 인근에서 신원 조사를 받고 있는 프랑스 군인 출신 의용군 지원자와 함께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입대 문의를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서 무작정 폴란드로 출국했다”고 말했다. 전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항공편으로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한 A씨는 곧장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으로 향했다.
검문소 측에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싸우러 왔다. 아무리 다른 나라 군인이라도 민간인이 죽어 나가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도와주러 왔다”고 설명하자, 우크라이나 검문소 측이 군에 자신을 인계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의용군 지원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자신이 겪은 병영 부조리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A씨는 “‘마음의 편지’를 썼는데 가해자에게 경위서 한번 쓰게 하고 끝나더라”면서 “선임을 ‘찔렀다’는 이유로 오히려 더 혼나고 욕을 많이 먹었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로 오게 된 것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부대에 남아 선임 병사들에게 혼날 것을 생각하니 싫더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 바에 죽어도 의미 있는 죽음을 하자는 생각으로 왔다”고 강조했다.
현재 A씨의 소속 부대와 군사경찰 등 관계기관은 A씨에게 귀국하라고 설득하고 있다. 그는 “1분에 한 번씩 부대에서 전화가 오고 있다. 빨리 돌아올수록 처벌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며 “부모님께도 ‘해외로 나갔냐’고 연락이 왔지만 답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달 13일 우크라이나 전 지역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여권법에 따라 이를 어긴 A씨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될 수 있다. 또한 여권법 외에 사전죄(私戰罪)로 1년 이상의 유기금고에 처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전죄는 개인이 정부의 허가 없이 외국에서 전쟁 행위를 할 경우 성립한다. 현역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군무이탈죄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돌아가면 무기징역을 받을 각오까지 이미 다 했다”면서도 “무사히 전쟁을 마친다면 우크라이나에 정착할까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한국에서도 미래가 딱히 보이지 않았다”며 “국제의용군에 참전하면 시민권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나 독일 등 유럽에 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