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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보낸 7개월, 20년보다 편안”…1992년 의붓 父 살인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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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알쓸범잡2’ 방송화면 캡처

 

친족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 시켰던 ‘1992년 의붓아버지 살인사건’의 전말이 공개됐다.

 

지난 17일 방송된 tvN ‘알쓸범잡2’에서는 1992년 발생한 의붓아버지 살인사건을 들여다봤다.

 

1992년 충북 충주시의 한 자택에서 강도 사건이 신고 됐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침대에서 사망한 중년 남성과 그 곁에 손발이 묶인 딸 A씨를 발견했다.

 

그런데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대학생이던 A씨가 아빠와 함께 잠을 자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발견함과 동시에 강도가 A씨를 건드리지 않은 점 등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이후 현장에서 A씨의 연인 B씨의 지문이 나오면서 A씨와 B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너희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경찰의 거짓말에 범행을 자백하기도 했다고.

 

A씨는 의붓아버지 살해 동기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7살 무렵 어머니와 재혼한 의붓아버지에게서 10년 이상 성폭행을 당해왔다. 처음에는 가족 몰래 은밀한 장소에서 시작됐으나 아내에 들킨 뒤부터 갈수록 노골적으로 변했다고.

 

의붓아버지는 아내에 “경찰에 신고하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했으나, 아내는 위험을 무릅쓰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의붓아버지가 고위 공무원이라는 것을 알고 그냥 돌아가기도 했다.

 

tvN ‘알쓸범잡2’ 방송화면 캡처

 

대학에 입학한 A씨는 집을 벗어났지만 의붓아버지의 통제는 벗어나지 못했다. 의붓아버지는 A씨에게 주말에 항상 집에 올 것을 강요했고, B씨와 사귀게 된 사실을 알게 된 후 B씨에 직접 사귀지 말라는 협박까지 일삼았다.

 

이러한 상처 속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 A씨는 “감옥에서 보낸 7개월이 20년보다 편안했다. 밤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더 이상 밤새도록 짐승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라며 “제가 벌을 받을 테니 B를 선처해 달라”고 언급했다. 

 

B씨 또한 “어머니 다음으로 사랑하는 A가 무참히 짓밟힌다는 것을 알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느낄 때마다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며 “나는 A의 의붓아버지를 죽인 것이 아니라 A를 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시민단체들은 A씨에 대한 구명 운동을 벌였으며, 22명의 변호사가 무료 변론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B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각각 특별 사면과 감형 조치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친족 성폭력 법률이 일반 형법상 강간보다 더 높게 처벌하는 근거 규정이 마련됐으며, 성폭행 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대한 법률이 최초로 시행됐다. 

 

그러나 여전히 자행되는 친족 성폭력에 대해 신고를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박지선 교수는 “사법기관 공식 통계에서 성폭행 가해자 피해자 관계 분포를 보면 서로 모르는 관계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그런데 상담 기관 통계를 보면 친족 성폭력이 굉장히 많다”며 “상담은 해도 신고는 못 한다”는 뜻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