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장의 단식 농성이 50일 가까이 진행되는 가운데, 부당노동행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해결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 측에선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라”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 측은 “특정 노조원에 대한 차별행위는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12일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에서 만난 임 지회장은 이날로 46일째 단식 중이다. 임 지회장은 “SPC에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한편 2018년 맺은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대화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소속된 SPC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의 자회사 ‘PB파트너즈’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한국노총 산하 PB파트너즈노조와 임 지회장이 소속돼 있는 파리바게뜨지회 등 두 곳이 공존하고 있다.
쟁점은 부당노동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와 사회적 합의가 이행됐는지 등 두 가지다. 파리바게뜨지회는 회사가 조직적으로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활동에 나서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승진 인사에서 승진 대상이었던 화섬식품노조 소속 조합원 346명 중 실제로 승진한 조합원이 21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현장 관리자가 조합원들을 찾아가 “진급에 불이익이 있다”며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는 주장이다. 한때 700명 이상이었던 노조원 수는 240명가량으로 줄었다. 반면 회사 측은 “노조의 활동에 관여하고 있지 않으며, 특정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행위 또한 없었다”고 반박한다.
고용당국은 노조 측 주장을 일부 인정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일부를 인정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중앙노동위원회 또한 화섬식품노조 조합원의 승진 차별을 인정했다.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의 정성평가 점수가 유독 다른 직원들에 비해 낮다고 지적하며 합리적인 사유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SPC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인 건들은 절차에 따라 소명을 진행 중”이라며 “추후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법파견이 아닌 자회사를 통한 직접고용, 3년 이내 본사와 동일 급여 적용 등의 내용을 골자로 2018년 맺어진 사회적 합의가 이행됐는지에 대해서도 노사 간의 시각차가 있다. 임 지회장은 “사회적 합의의 당사자가 화섬식품노조였음에도, 이후 한국노총 노조만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고 우리는 배제됐다”며 “지난해 4월 열린 합의 이행식 또한 사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셀프 이행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합의 당시 제빵기사들에게 본사 직원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여전히 회사는 본사 직원들의 임금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지적했다.
반면 회사 측은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과 복리후생 제공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 내용들은 충실히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파리크라상이 노조를 상대로 낸 불법천막 철거 및 시위문구 사용 금지 판결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행된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국정감사 당시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모회사인 파리크라상과 자회사인 PB파트너즈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근거였다.
회사 측은 “노조 측의 10여가지 요구사항 중 ‘추가 근로시간 면제 요구’, ‘노조별 동일 비율 승진 요구’ 등 법률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모든 사안을 수용했다”며 “직원의 단식을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 요구사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화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동네빵집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파리바게뜨 대신 동네 빵집을 이용하자는 취지다. SPC 계열사에서 만드는 ‘포켓몬 빵’ 불매에 나서자는 얘기도 심심찮게 보인다. 임 지회장은 “‘제2의 남양유업’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 같은 움직임이 장기화될수록 회사는 물론 가맹점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