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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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크라 도울 돈으로 안전한 학교나 만들어라"

총기난사 참사 못 막은 바이든 행정부 질타
전쟁 발발 후 "푸틴은 천재" 칭찬했다 ‘설화’
‘안전한 학교’ 말하며 총기 규제 강화는 반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전미총기협회(NRA) 연례 총회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휴스턴=EPA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천재”라는 찬사를 보내 논란을 빚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책정된 정부 예산을 차라리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데 쓰자”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州)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겨냥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가 말하는 ‘안전한 학교 만들기’에서 정작 총기 규제 강화는 쏙 빠져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마침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곧 유밸디를 방문해 희생자 유족과 지역 주민들을 위로할 예정인데,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등 보수 성향 정치인들과 미국 총기 제조업체들 간 끈끈한 ‘유착’을 비난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전미총기협회(NRA) 연례 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회원이 500만명에 달하는 NRA는 보수 성향인 미국 공화당을 후원하는 가장 강력한 이익단체로 알려져 있다. NRA가 고용한 로비스트들이 미 연방의회의 총기 규제 강화 시도를 번번이 좌절시켜왔다는 말이 정설로 통할 정도다. 트럼프 역시 민간인이 무장할 권리를 인정한 수정헌법 2조를 근거로 들어 총기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입장이 확고하다.

 

트럼프는 “우리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조 달러를 썼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며 “다른 나라 재건을 돕기 전에 우리는 먼저 우리나라에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학교부터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대신 안전한 학교 건설에 쓴다면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해 소위 임관을 앞둔 생도들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아나폴리스=UPI연합뉴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 의회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고 경제원조를 제공하는 데 약 540억달러(약 68조원)를 쓰도록 승인했다. 여기에 보태 최근에는 400억달러(약 50조원)를 추가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예산안을 가결했다. 트럼프의 말은 이 돈이 아깝다는 뜻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주 친하게 지냈으며, 종종 “푸틴은 영리하다”고 언급하곤 했다. 올해 들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에는 푸틴을 “천재”라고 부르며 칭찬했다가 미 정가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등 어린이 19명을 포함해 총 21명이 목숨을 잃은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놓고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도울 돈으로 차라리 안전한 학교를 만들자”면서도 정작 총기 규제 강화에는 반대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그는 “악(惡)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총기 소지가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내 총기난사 범죄를 막을 대책으로 고작 교문 앞에 금속탐지기와 무장한 경찰관 1명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강력한 총기 규제를 원하는 다수 학부모와 진보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빈축만 사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전미총기협회(NRA) 연례 총회 행사장 밖에서 총기 규제 강화론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휴스턴=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일요일인 29일 유밸디로 가서 희생자 유족들과 슬픔을 나누고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2024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 확실시되는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총기 규제 강화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쓸 돈으로 차라리 안전한 학교나 만드는 게 낫다”는 트럼프의 조롱을 어떻게 반박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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