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승리를 거둔 국민의힘이 당대표와 당내 최다선인 5선 국회 부의장 출신 의원 간 공개 설전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지선 직후 이준석 대표가 꺼내 든 혁신위원회 카드를 놓고 불거진 당내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최근 이 대표의 언행에 당혹함을 감출 수 없다”며 “새 정치의 기수로 기대했던 그가 낡은 정치의 암수를 동원해 논점 흐리기, 덮어씌우기에 나섰다.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느냐”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지난 6일부터 연일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과 혁신위 출범 등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어 정 의원은 “이 대표는 ‘당대표에게 공천 관련해서 이야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며 “선배 정치인이 당대표에게 한마디 하기 위해서 그토록 큰 용기가 필요한가.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정 의원은 KBS라디오에서도 “지선 직후에 과연 우크라이나를 제일 먼저 달려가는 것이 우선순위였을까”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자신의 이 대표 비판 발언이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견제구라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선 “내가 무슨 이 대표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당권 투쟁을 한 것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곧 이 대표가 반격에 나섰다. 우크라이나에서 귀국 중인 그는 SNS에 정 의원이 올린 글을 언급하며 “먼저 때린 다음에 흙탕물 만들고 ‘대표가 왜 반응하느냐’고 적반하장을 하는 게 상습적 패턴이라 이제 익숙해지려고도 하지만, (당대표가 된 이후) 1년 내내 반복되니 어이가 없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두 번의 선거에서 이기고 정치·정당개혁 어젠다를 만들어나갈까 말하니 (당 대표에서) 내려오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날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지금부터 정치·정당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일축하며 임기 완주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혁신위와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총의를 모으는 게 중요해 많은 분이 공정하다고 신뢰하는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출국했다“며 “공천 제도를 바꾸면 자신이 불리할 거라 생각하는 분들의 조직적 저항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