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월세 거래가 급증하면서 1∼5월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고착화된 데다, 최근에는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세입자들도 은행 이자 대신 월세를 내겠다는 기류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전체 월세(월세·준월세·준전세 포함) 거래량은 3만4540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월세 거래량은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이하인 월세, 12∼240개월 치인 준월세,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준전세를 모두 합산한 것이다.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종전 최다였던 지난해 1∼5월 거래량(2만7928건)보다 이미 23.7% 늘어났는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임대차 거래는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를 토대로 집계되기 때문에 이달에도 아직 미신고된 5월 계약이 꾸준히 추가되고 있어서다.
서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낀 계약이 차지하는 비율도 35.0%에서 39.2%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준전세의 비중은 20.8%에 달해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이미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두 달 연속 추월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5월에 확정일자를 받은 전체 임대차 계약 34만9073건 중 월세 계약이 20만1621건으로 57.8%를 차지했다. 지난 4월에는 전체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이 50.1%로 사상 처음 월간 기준 절반을 넘겼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한 것은 2020년 7월 말 시행된 새 임대차법 영향이 크다. 전월세상한제를 의식한 집주인들이 4년 치 전셋값을 한 번에 올려 받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전셋값이 급등한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2년 더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면서 시중의 전세 매물이 줄어 전세난이 심화했다. 게다가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이 뒤따르면서 최근에는 세입자들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다. 전세보증금을 대출받아 은행에 비싼 대출 이자를 내느니, 보증금을 낮추고 집주인에 월세를 내는 게 이득이라는 것이다.
올해 서울에서 월세 1000만원 이상 계약은 모두 50건으로 집계됐다. 1∼5월 누적 기준으로 2020년에는 7건, 지난해 19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가파른 상승세다.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273.96㎡)은 지난 3월 보증금 4억원에 월세 4000만원의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며 월세 역대 최고액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요즘은 돈이 있어도 월세를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월세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사라졌다”며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 않은 집주인은 원래 월세를 선호했지만, 세입자들도 월세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전과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