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미로 교통법규 위반 신고를 하고 있어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제목의 글을 올린 A씨는 그 근거로 경찰청의 ‘스마트 국민제보’ 앱 화면까지 캡처해 첨부했다. 첨부 화면 속 A씨의 제보 건수는 76건에 달했다. A씨는 “처음엔 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보면 화가 나서 신고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위반차량을 보면 과태료를 먹일 생각에 기분까지 좋아졌다”고 했다. A씨가 쓴 글에는 각자 신고횟수를 인증하는 댓글이 쇄도했다. 누적 신고 건수가 230여건에 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댓글 작성자는 “법의 순기능이 과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 숨이 막힌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작성자도 “재미 삼아 또는 분풀이 삼아 무분별하게 신고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통법규 위반 사례를 직접 신고할 수 있는 공익신고제도를 두고 운전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안전한 교통문화 확립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취미 수단으로 여기거나 자신이 당한 신고에 보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신고를 처리하는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신고 건수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는 푸념도 나온다. 운전자의 경각심 제고 차원에서 공익신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남용하는 신고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접수된 공익신고는 290만7254건으로 2020년(212만8443건) 대비 36.5% 증가했다. 3년 전인 2018년(104만281건)과 비교하면 179% 폭증한 수치다.
공익신고는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은 운전자를 시민이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제도로 2013년 도입됐다. 2016년부터는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 앱으로도 신고가 가능해지면서 활성화됐다.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위반과 같은 중대 법규 위반 사례부터 끼어들기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위반 사례도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신고 건수가 늘어날수록 취미 삼아 신고하거나 보복성 신고를 하는 사례가 늘면서 잡음이 생기고 있다. 경미하거나 순간적인 위반 사례를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신고를 당한 운전자의 반발심을 불러오고, 담당 업무를 하는 경찰도 부담을 느끼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최근 살면서 처음으로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다는 40대 직장인 B씨는 “자전거 전용 지정차로를 위반했는데, 신고당한 장소는 대부분의 차량이 우회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지나게 되는 곳”이라며 “과태료로 5만원을 내고 난 뒤로는 위반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도 신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익신고를 접수하는 경찰도 업무량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보통 일선 경찰서에서 2~3명이 교통법규 공익신고 처리를 담당한다. 지난해 접수된 신고 수를 전국 258개 경찰서로 나누면 2~3명이 1년에 평균 1만1268건을 처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교통관리계장은 “공익신고 업무가 워낙 격무다 보니 2년 이상 일하는 직원이 30%가 채 안 되는 거로 안다”며 “신고자는 처리 현황을 수시로 확인하며 경찰관을 압박하고,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람은 경찰서에 와서 항의하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무분별한 신고는 오히려 시민들 간의 불신을 조장하거나 신뢰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지나친 신고를 자제하게 할 묘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 역시 “교통법규를 준수하도록 하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시민의식에는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