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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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 커지는데…탈레반 요청에도 국제 지원 어려워

아프간 활동 국제 구호단체 감소
탈레반 점령 후 서방 제재 강화
지원 의사 있어도 현금 지원 꺼려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파크니아주의 가얀 마을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구급차 등 구호 차량이 지진 피해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얀=EPA연합뉴스

1000명이 넘게 희생된 아프가니스탄 지진에 탈레반 지도부도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단체 수가 감소한데다 탈레반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갈 것을 염려해 현금 지원도 꺼려하고 있어서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의 고위 간부인 아나스 하카니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정부는 가능한 선에서 (지진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제사회와 구호단체도 비참한 상황에 놓인 아프간 국민을 지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구호 활동이 절실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지원은 쉽지 않다. 아프가니스탄은 기근과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국제 사회의 지원을 좀처럼 받지 못했다. 탈레반이 지난해 8월부터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면서 서방의 제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자 70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아프가니스탄 외환 보유고를 동결하고 국제 자금 지원을 차단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독일, 유럽연합(EU) 등은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가 강력한데다, 지원금이 탈레반의 자금으로 흘러들어갈 것을 우려해 현금 지원은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긴급 구호작업은 인도주의 지원으로 분류돼, 미국의 재정 제재에 면제된다고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런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일반 원조가 얼마나 부족한지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파크니아주의 가얀 마을에서 탈레반 정부가 헬리콥터를 이용해 부상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정 불안 여파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구호 기관 수도 격감했다. 미국 CNN방송은 “소수의 구호 단체만 남았지만 이마저도 점점 줄고 있다”이라고 보도했다. 긴급 구호에 나선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CNN에 “이 지역이 아니더라도 (WHO는) 이미 한계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엔도 “(현지에는) 수색 및 구조 능력이 없으며, 인접국이 개입할 역량도 거의 없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사연합(IFRC)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통신이 중단된데다, 폭우 등 악천후로 구호 물품 운송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IFRC는 이날 “수십 년에 걸친 분쟁과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무너진 의료 시스템 등의 영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지진) 재난은 국제적이나, 인도적 지원은 방대한 규모로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지진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라미즈 알라크바로브 유엔 인도주의 아프가니스탄 상주조정관은 화상 브리핑에서 “주택 거의 2000채가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며 “평균 가족 규모가 최소 7∼8명이고, 더 많은 경우도 있다”며 인명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파크니아 주 가얀 마을 모습. 가얀=EPA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비극적인 사상자 수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가니스탄의 식량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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