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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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잠복기 최장 3주…자진신고 없으면 검역단계서 파악도 쉽지 않아

지역사회 '조용한 전파' 우려
김해국제공항 청사에 원숭이두창 주의를 알리는 문구가 모니터에 송출되고 있는 모습. 김해=뉴스1

 

방역 전문가들은 희귀 감염병인 원숭이두창의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아직은 낮게 보고 있다. 비말(침방울)에 의한 호흡기 감염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달리 밀접한 접촉으로 감염되는 특성 때문이다.

 

뉴스1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잠복기가 최장 21일에 달해 무증상인 상태로 국내에 들어온 감염자가 있을 수 있어 '조용한 전파' 우려가 나온다. 의심증상이 있더라도 이번 첫 확진자의 경우처럼 자진 신고가 없다면 검역 단계에서 의심환자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출입국 방역수칙 완화로 입국자가 많아진 것도 위험요인이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내 첫 확진자가 입국 단계에서 확인해 접촉자가 적은 편"이라며 "현재로서는 의심증상이 있으면 자진신고를 유도해 방역을 강화하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 어렵다. 원숭이두창은 매우 밀접한 접촉이 있어야 감염된다"며 "무엇보다 피부 병변이 있는 특성상 감염자 대부분이 자신신고 또는 병원에 방문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교수는 "지금 중요한 것은 원숭이두창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초기 감염자들이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신고를 꺼리지 않도록 방역당국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편견이 없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은 "원숭이두창은 호흡기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지만,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며 "살과 살이 닿는 접촉이 있어야 하는데, 확진자로부터 노출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방역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다만 증상 특성상 수두 또는 성병과 유사하게 보일 것이고, 단순히 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의료진의 추가 감염 위험도 존재한다. 대규모 감염 위험은 없지만, 대비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신상엽 상임연구위원은 "해외를 다녀온 뒤 발진이 얼굴과 손뿐만 아니라 성기와 항문에도 나타나면 원숭이두창을 의심해야 한다"며 "지금은 원숭이두창 진단에 필요한 정보를 전국 의료기관에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하늘 길이 열리면서 원숭이두창 감염자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와 동일한 제2급 감염병인 원숭이두창은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다. 두창과 유사하나, 전염성과 중증도는 낮은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으나, 1970년 사람도 감염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 감염병에 걸리면 발열과 두통, 오한, 몸 또는 손에 수두와 유사한 수포성 발진이 생긴다. 증상은 2∼4주일 동안 지속되며, 대부분 자연 회복한다. 치명률은 3∼6% 수준이다.

 

코로나19와 달리 밀접한 신체 접촉으로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감염병은 천연두 백신을 맞으면 85%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약 3502만명분을 비축 중이다. 당국은 오는 7월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허가받은 '테코비리마트' 500명분을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하지만 잠복기가 최장 21일에 달하고 초기에 별다른 증상 없이 입국 과정을 통과할 수 있다. 지난 21일 독일에서 국내로 귀국한 내국인 A씨(첫 확진자)는 검역 과정에서 의심 증상을 밝히지 않고 공항 검역대를 통과했다. 이후 공항 안에서 질병관리청 1339에 신고했고, 격리시설에 머무르다 병원에 인계됐다.

 

입국 때부터 37도 미열과 인후통, 피부 병변이 있었지만, A씨가 자진 신고하기 전까지 공항 검역대를 무사 통과했다. 따라서 해외에서 온 내외국인의 방역을 강화해야 지역사회 전파 위험을 더욱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