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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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밥상물가’ 오름세…농산물도 할당관세 적용 검토

정부 ‘추석 민생대책’ 금주 발표

7월 농축수산물 가격 7% 올라
식료품 물가지수도 1년새 8% 상승
식용유 56%·밀가루36% 고공행진
추석 전 성수품 수요 증가 불가피
가격 상승세 고려 추가 적용 고려

정부가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할당관세를 일부 농산물 수입품에 확대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이 7%대까지 오르는 등 밥상 물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 수요 증가도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으로 물가 안정화 조치를 실시하겠다는 취지다.

 

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이런 내용의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은 지난달 소고기 등 축산물에 할당관세 0% 적용을 골자로 하는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 안정 방안’ 이후 한 달여 만에 나오는 것이다.

무서운 장보기 추석을 앞두고 밥상 물가가 비상인 가운데 7일 서울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민생안정 대책은 명절 성수품 가격 관리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채소류 등의 가격이 급등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7.1%를 기록하는 등 먹거리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식품 물가도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8.0% 상승해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식용유 가격이 1년 전보다 55.6% 올랐고, 밀가루 가격과 부침가루 가격도 각각 36.4%, 31.6% 올랐다. 그 외 국수(32.9%), 라면(9.4%), 빵(12.6%), 햄·베이컨(8.0%) 등 가공식품류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문제는 밥상 물가 오름세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밀·옥수수 등 식용 곡물의 3분기 수입단가 지수는 2분기 대비 15.9%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배추, 무, 양파, 마늘, 배, 소고기, 돼지고기, 명태, 오징어 등 주요 농축수산물을 추석 성수품으로 분류하고, 가격이 급등한 품목은 특별관리품목으로 추가 지정해 관리할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일부 농산물에 대해 할당관세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할당관세는 특정 상품을 수입할 때 일정 수량까지 낮은 세율(대부분 면세)을 적용하고, 그 이상의 수량은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파와 사료용 보리·귀리·옥수수, 기름용 대두, 칩용 감자 등에는 이미 할당관세를 적용 중이다. 정부는 여기에 가격 상승세 등을 고려해 추석 성수품이나 특별관리품목 중 일부 농산물에 추가로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수입한 배추를 김치 등 배추 가공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공급하거나 성수품 공급 물량을 평시보다 늘리거나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물가 인상에 더 큰 타격을 받는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명절 자금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을 통한 신규 특별자금 대출·보증 공급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농산물 물가 상승률이 8.5%를 기록한 가운데 이달에도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4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채소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다만, 할당관세를 중심으로 한 물가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돼지고기나 커피 등의 경우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미 관세 혜택이 상당 부분 이뤄져 가격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또 고환율로 수입 가격 부담이 높아진 것도 할당관세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당관세 효과를 높이려면 철저한 시장 점검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수입 업자들이 할당관세 인하에 맞춰 마진율을 높이거나 담합에 나서지 않도록 관계 기관이 집중적인 현장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