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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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도력 위기’ 거론 이준석 작심 회견에 대통령실 “입장 없다”… 與도 ‘무대응’

대통령실, 尹·윤핵관 직격 회견 이후 여론 흐름 주시 분위기
주호영 “무슨 대응이 있겠나”…실명 거론된 윤핵관도 침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진행한 기자회견과 관련해 대통령실 측은 “공식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의 회견 직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 회견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내부총질 당대표’라고 한 문자를 거론하며 “대통령이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 위기”라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을 겨냥해 “선거 과정 내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 x’, ‘저 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 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다”고도 했다. 또 “공교롭게도 대통령실의 발표로는 대통령은 저를 만나시지 않았지만 저는 대통령께 북한방송 개방에 대한 진언을 독대해서 한 바가 있다”며 대통령실이 언론에 확인해주지 않았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가 사실이라고 폭로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윤 대통령 관련 언급에 맞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오는 15일 8·15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오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20%대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는 돌파구 모색에 골몰하는 대통령실로서는 이 대표의 회견에 대응했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무대응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은 현재 윤 정부 국정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이 대표의 이날 회견이 대통령실이나 여당에 대한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시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통해 내홍 수습 및 재정비에 나선 가운데, 이 대표의 작심 회견으로 인해 여권 내 자중지란이 부각될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기류도 엿보인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발언 내용에 모두 대응할 수는 없지만 30∼40대 등 국민 정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대표의 회견에 공식 논평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 대표의 회견에 섣불리 반응할 경우 오히려 이슈를 키워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무대응’ 기조를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 회견과 관련한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무슨 대응이 있겠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회견에서 주 위원장과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회견에서 이 대표가 ‘윤핵관’(권성동 장제원 의원), ‘윤핵관 호소인’(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의원)으로 거명한 인사들은 반응을 자제하며 침묵 모드를 유지했다. 다만 이 대표가 윤핵관으로 거론한 이철규 의원은 복수 언론 인터뷰에서 “이준석이 누구를 어디 가라 뭐 하라 하나. 누가 이준석에게 그런 권한을 줬나”라면서 이 대표가 지구를 떠난다면 호남 지역 등 험지 어디든 출마를 고려하겠다고 발끈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