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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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명우 앤 헤이시, 결국 사망…향년 53세

교통사고 당시 이미 뇌사…의료진, 생명유지 장치 제거
유족, 고인의 생전 뜻 따라 장기 기증하기로
미국 배우 앤 헤이시. ABC 뉴스 캡처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교통사고를 내고 혼수상태에 빠졌던 미국 배우 앤 헤이시(Anne Heche)가 결국 숨을 거두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헤이시가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12일 공식적으로 사망했음을 14일 일제히 보도했다.

 

11일 뇌사 판정을 받았던 헤이시는 생전 고인의 뜻이었던 장기 기증 절차를 위해 생명 유지 장치로 연명하고 있었고, 장기 기증 대상자가 나타나며 의료진의 판단 하에 장치를 12일 제거하며 공식적으로 사망하게 됐다.

 

헤이시의 유족은 “밝은 빛이자 친절하고 유쾌했던, 사랑스러운 어머니이자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고 애도하며 “그녀의 죽음은 큰 슬픔이지만 헤이시는 기증될 장기들, 그리고 그녀가 해왔던 놀라운 활동들과 함께 기억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헤이시는 지난 5일 LA 마르 비스타의 한 도로에서 고속으로 주행하던 중 갑자기 한 2층집의 차고를 들이받고 이어서 집 내부로 돌진하는 사고를 냈다.

 

사고와 함께 차는 크게 파손되며 불길에 휩싸였고, 그녀는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 혼수 상태로 구조됐었다.

 

LA경찰은 헤이시의 혈액에서 마취제 성분이 검출됐으며, 그 이외의 독성 물질 감염 여부 등을 추가로 조사중이라고 지난 11일 밝혔었다.

 

한편 1969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난 앤 헤이시는 1987년 데뷔한 이래 ‘도니 브래스코’(1997), ‘식스 데이 세븐 나잇’(1998), ‘존 큐’(2002) 등의 작품에서 명연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미국 영화 ‘식스 데이 세븐 나잇’에서의 앤 헤이시. 식스 데이 세븐 나잇 캡처

 

유명세를 타던 1997년에는 워싱턴DC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장에서 여성 방송인이자 코미디언인 엘런 드제너러스(Ellen DeGeneres)와 손을 잡고 등장해 연인 관계임을 사실상 공표하여 세상을 깜짝 놀래키기도 했었다.

 

당시 할리우드 영화계는 동성애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고, 헤이시는 비중 있는 배역을 얻지 못하는 등 마음 고생을 해야 했었다. 세월이 지난 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백악관 만찬장에 등장한 뒤)‘블랙 리스트’에 오르는 등 10년 가까이 힘든 연기 생활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었다.

 

고인의 가족으로는 캐나다 배우인 전 남편 제임스 터퍼(James Tupper)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이 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