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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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동의 없이 통화 녹음하면 최대 징역 10년형? IT업계, 관련 법안 발의에 촉각

5년 전에도 유사한 법안 나와…'과도한 규제' 반발, 결국 무산된 선례도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 뉴시스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22일 뉴시스와 IT업계에 따르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의 '음성권' 보장에 초점을 둔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통화 당사자 한쪽이 자의적으로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다른 한쪽의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법안의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통화 녹음을 두고 "헌법에 보장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꼬집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상대방의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플로리다를 비롯한 미국의 13개주,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이폰은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3자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만 불법에 해당하고 대화 당사자가 녹음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법 조항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며,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수정했다.

 

이에 더해 대화 당사자 모두의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까지 마련됐다.

 

동의 없는 통화녹음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긴 했으나 실제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비슷한 형태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7월 김광림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통화녹음 여부를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녹음 여부를 '삐' 소리와 같은 알림을 통해 상대방에게 통지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같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던 만큼, 더 강한 규제책에 해당하는 이번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또한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