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들의 퀵커머스(즉시 배송) 서비스는 ‘비싸다’는 게 일반 통념이었다. 15분~1시간 내 배송해주는 편의성에 비례해 그만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실제로 배달 수수료 증가와 더불어 빠른 물류 시스템의 확립, 재고 관리까지 요구돼 업체 입장에서도 비용 줄이기가 만만치 않은 사업으로 꼽혔다. 장바구니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최근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업계 전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가 경쟁에 동참해 장보기 수요를 잡으려는 모양새다. 빠른 배송 속도를 넘어 상품의 질과 가격 등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이에 퀵커머스 서비스의 가성비를 따져보고자 국내 배달 플랫폼 1, 2위인 배달의민족의 B마트와 요기요의 요마트를 이용해 직접 장바구니를 채워봤다. 된장찌개를 메인 메뉴로 삼아 3만원대 식료품 구매로 비교해봤다.
먼저 각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된장찌개 재료와 후식용 과일을 선별해 동시 주문했다. 팽이버섯(300~360g)과 애호박, 감자 1.2㎏, 대파, 햇무, 캠벨 포도 1㎏ 등 모두 6종인데, 애호박만 동일한 상품이다. 다른 재료는 유사한 상품으로 대체했다.
총 구매 금액은 요마트가 2만8280원, B마트가 3만6240원이었다. 요마트가 7960원 저렴했는데, 신선식품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품목을 살펴보면 팽이버섯이 430원, 애호박이 1010원, 감자가 710원, 캠벨 포도가 7190원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대파와 햇무는 B마트에서 각각 90원, 1090원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요마트에서는 비닐봉지 가격 200원이 따로 붙었다.
B마트와 요마트 모두 최소 주문금액은 1만원, 배달비는 3000원이다. B마트는 3만원 이상 주문해야 배달비가 무료다. 요마트에선 당시 ‘장보기 쿠폰북’ 이벤트를 통해 ‘2만원 이상 주문 시 2000원 할인’ 쿠폰으로 결제했다. 총 결제금액을 따지면 요마트는 배달비 1000원이 더해져 2만9280원, B마트는 3만6240원이다.
지난 8일 오후 6시 기준 양사 앱에서 이들 6종을 주문한 결과 서울 관악구 기준으로 배송 시간은 B마트가 30분, 요마트가 1시간 각각 소요됐다. 주문 당일 비가 내렸는데, 지연 없이 안내된 예정 시간 내 모두 도착했다.
상품 품질도 뜯어봤다. 요마트의 포도는 비교적 크기가 크고, 알이 단단했다. 햇무 역시 B마트 대비 크기가 1.5배 정도 컸다. 요마트는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운영 중인 GS더프레시 매장을 통해 배송하고 있어 제품 순환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평이다. 요마트는 앞서 2020년 출시됐다가 물류 센터 및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는데, 지난 5월 GS리테일과의 협업을 통해 다시 경쟁에 나섰다.
1인 가구인 기자는 이들 재료로 후식과 더불어 하루 세끼 된장찌개를 배불리 먹었다. 다만 퀵커머스 장보기에 익숙한 1인 가구 입장에서 소량 포장 상품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마트에서 선택지가 많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외식 부담 등이 커지면서 배달 플랫폼이 장보기 서비스 등을 포함한 종합 플랫폼(e커머스)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비용이나 서비스 등에서 차별화 전략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