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그린란드의 ‘소멸할 수밖에 없는’ 좀비 빙하(Zombie Ice)가 앞으로 지구 해수면을 최소 27㎝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연구소 연구팀은 그린란드의 좀비 빙하가 110조t에 달하고, 이 빙하가 녹으면 지구촌 해수면을 10.6인치(26.924㎝) 상승시킬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빙하는 원래 계속 녹아도 눈이 보충되면서 유지된다. 좀비 빙하란 지구온난화 등 이상고온으로 이런 균형이 깨지면서 결국 녹아서 소멸할 운명의 빙하를 말한다.
논문 공동저자 윌리엄 콜건은 좀비 빙하를 ‘죽은 얼음’(Dead Ice)이라 칭하며 “앞으로 기후가 어떻게 변화하든 상관없이 녹아서 해수면 높이를 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벌써 이 정도 수치가 예상되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좀비 빙하가 바다로 흘러들면 지구 해수면은 성인 남성 발 크기 정도(약 27㎝)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보고서에서 제시된 해수면 상승 예측치 6∼15㎝의 1.8∼4.5배에 달한다.
연구팀은 이조차도 매우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관측된 최악의 해빙 상황이 거듭된다면 78㎝까지도 해수면이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탄소배출이 지속하고 수온 상승 면적이 확산하면 1m를 훌쩍 넘는 해수면 상승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논문 주저자인 제이슨 복스는 “무덤에 한 발을 들여놓은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는 전 세계 평균치여서 해안 부근의 해수면 상승폭은 이런 수치들보다 더 클 수 있다.
영국 엑서터대 교수 게일 화이트먼은 “이 연구 결과는 우리 모두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이는 해안지역에 거주하는 전 세계 6억명에게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이상기후는 더욱 극단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해안지역의 경우 해일이나 폭풍과 연결돼 더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해수면 상승 예측 시점은 언급되지 않았다. 콜건은 “그린란드 빙하가 언제까지 녹을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세기말이나 2150년까지는 녹을 것”이라며 “(해수면 상승 예측 구간인) 27㎝와 78㎝ 사이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여지는 있는 만큼 파리 협약을 잘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