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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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이언트스텝 또 밟나?...8월 소비자 물가 예상 넘은 8.3%↑

연준, 9월 FOMC서 자이언트 스텝 단행할 듯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워싱턴=AP/뉴시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가 무너지게 됐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다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월에 12개월 누적치로 8.3%를 기록해 전달의 8.5%에서 0.2%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오는 21일 연준의 9월 FOMC를 앞두고 금리 인상 폭에 영향을 미칠 8월의 CPI 지표에 시장의 관심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8.0%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를 웃도는 결과가 나왔다.

 

CPI는 월간으로 0.1% 올라 전월의 0.0%보다 컸다. 시장 기대치인 0.1%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8월 한 달 동안 휘발유 가격은 10.6%나 하락했으나 임대료, 식품, 의료관리 부문이 오르면서 상쇄하는 결과가 나왔다.

 

조사품목에서 변동성이 강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하고 구하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월간으로 0.6%가 상승해 전월의 0.3%보다 두 배가 됐다. 12개월 누적의 근원 인플레는 6.3%로 전월의 5.9%에서 커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아직도 심각한 상황인 거으로 나타난 만큼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준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저지를 경제 최우선 과제로 꼽는 상황에서 지난 6~7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인사들은 공개 발언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최우선을 두겠다고 강조하며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앞서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안정은 연준의 책무”라며 가정·기업에 일부 고통이 따르더라도 금리 인상을 중단·유예하지 않겠다고 말해 일각에서 제기된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낙관론을 일축한 바 있다.

 

한편 미국 인플레이션 공포감에 원·달러 환율이 장 시작부터 20원 넘게 뛰어 오르는 등 1390원을 넘어서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6분 현재 전 거래일(1373.6원) 보다 20.4원 오른 1394.0원에 거래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9.4원 오른 1393.0원에 개장해 장중 1394.8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 7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88.4원)을 3거래일 만에 다시 돌파했다. 환율이 139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4월 1일(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또 같은해 3월 31일(1422.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 가치는 다시 109선으로 올랐다. 13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대비 1.20% 오른 109.620에서 거래됐다.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간 밤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될 것이란 공포가 이어졌다.

 

미 노동부는 13일 8월 미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3%, 전월 대비 0.1% 올랐다고 밝혔다. 전달 기록한 8.5%보다는 상승률이 둔화된 수치이긴 하지만 시장 전망치(8.0%)를 크게 상회한 수준이다.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던 기대가 어긋나면서 충격이 커졌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미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도가 더 강해지고 길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연준이 긴축 강도를 높이면 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0.5%포인트 금리 인상 기대가 사라진 대신 0.75%포인트나 1.0%포인트 인상 기대가 높아졌다. 실제로 13일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이번 달 FOMC에서 0.7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67.0%로, 1.0%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33.0%로 나타났다. 미 CPI 발표 전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9.0%, 0.75%포인트 인상은 91.0%로 내다봤으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