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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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맥 자락에서 만나는 '신비의 문명'… "어서와, 잉카·마야는 처음이지?" [밀착취재]

문경 폐교 리모델링해 만든 ‘잉카·마야 박물관’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선 폐교를 리모델링해 잉카·마야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 8개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한 김홍락 전 대사가 틈틈이 발품을 팔아 수집한 토기, 목기, 가구, 그림, 모자, 사진 등 총 2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잉카·마야 문명을 안데스산맥이 아닌 소백산맥 자락에 옮겨 놓은 것이다.

문경시 가은읍 폐교에 세워진 잉카·마야 박물관에는 김홍락 전 대사가 틈틈이 수집한 자료와 유물 2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사진은 에콰도르에서 발굴된 각종 토기들.

법학을 전공한 김 전 대사는 1979년부터 2011년까지 30여년간 외교관 생활 중 20년을 중남미 지역에서만 보냈다. 중남미 지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던 중 스페인어를 공부하며 잉카·마야 문명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자료와 유물을 수집하게 됐고 퇴직할 무렵 박물관 설립을 위해 전국을 다니다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관광객이 몰리는 문경의 폐교를 발견했다. 원래 폐교는 개인이 취득할 수 없어 각계각층의 뜻있는 인사 30여명을 모아 사단법인 중남미 문화포럼을 설립해 박물관을 만들 수 있었다. 현재 김 전 대사는 포럼 이사장이고 그의 아내인 주미영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수호신인 토기
뮤지엄 카페 벽에 전시되어 있는 마야.잉카문화 그림이 빽곡히 전시되어 있다.
잉카인들은 문자가 없어서 전령들은 매듭문자인 ‘키푸’로 언어 소통을 하였다.
잉카문명에서 땅을 상징하는 재규어를 본떠 만든 잔으로 서기 70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물고기 문양의 강판 토기.
20진법을 사용한 마야인들의 달력. 마야달력은 한 달이 20일, 1년은 19개월이고 마지막 달은 5일이다.

박물관은 2층 규모의 교실에 잉카관, 마야관, 유추관(고산지역 주민들이 쓰던 모자 전시), 그리고 천사관과 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잉카관에는 잉카제국의 기원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토우, 그릇 같은 문화재가 전시되어 있으며 그중 잉카의 파발꾼 복식이 가장 눈에 띈다. 잉카인들은 말은 있으나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의사 전달 수단으로 매듭문자라 할 수 있는 ‘키푸’를 사용했으며 파발꾼은 매듭문자를 배달했다고 한다. 마야관에는 마야문명의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인형, 가면, 직조물 등 신기한 유물을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야인들이 쓰던 달력이다. 마야인은 20진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천사관에는 가톨릭의 영향을 받은 천사 그림 조각들이 전시돼 있다. 티티카카호수의 갈대로 엮어 만든 배와 소파, 과테말라 인디오의 전통의상과 볼리비아 목기 등도 함께 전시돼 있다.

볼리비아 토기와 주전자.
사포텍이라 불리는 옥수수의신. 옥수수를 2자루 차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 걸려 있는 “카미노 레알(camino real)”이라는 문구가 방문객을 반기는데 “고대 잉카제국의 옛길”이라는 뜻이다. 잉카문명의 후예인 인디언들이 만든 길로, 남미 안데스산맥을 따라 잉카제국의 수도 페루를 거쳐 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를 잇는 5000㎞에 달하는 길이며 해발 5000m 이상의 고원지대를 통과하는 길이라고 한다. 문경 역시 조선시대 한양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으로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김홍락 이사장이 각종 천사장 그림 앞에서 박물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원주민들이 만든 공예품 몰라(Mola).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오토캠핑장과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어 숙박을 하며 힐링을 즐길 수 있다. 김 전 대사는 “시민들이 박물관을 방문해 중남미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과 중남미가 좀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 중남미 관광 가이드로도 일하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서상배 선임기자 lucky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