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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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괴롭혔던 인간이 오늘 회사 면접 보러 왔네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학창 시절 자신을 이유없이 괴롭혔던 동급생이 20여년 뒤 자신의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다는 일화가 공개됐다.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학창 시절 나를 괴롭혔던 인간이 오늘 면접을 보러 왔네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글쓴이 A씨에 따르면 그는 20여년 전 중학생이던 시절 끔찍한 학교 폭력에 시달렸다.

 

시골의 작은 국민학교에 다니던 A씨는 면내의 중학교로 전학했다.

 

동네에 친구가 없었던 A씨는 여학생들과 어울리게 됐고, 그러던 중 동급생 B씨를 중심으로 한 남학생 패거리들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B씨는 일당을 주도해 갖가지 방법으로 A씨에게 고통을 가했다. 물건이나 금품을 빼앗는 것은 물론 A씨를 오락실로 불러내 다른 친구와 서로 싸움을 붙이고, 심지어 참새나 개구리 등 동물의 몸을 칼로 훼손하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A씨가 거절하면 B씨는 동물 사체의 피 등을 A씨의 몸에 묻히는 행위도 벌였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시달림에 결국 A씨는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교사는 A씨와 B씨를 불러내 화해를 시켰지만, B씨의 괴롭힘은 그 뒤로도 사그러들 줄을 몰랐다.

 

이 사실을 알게된 A씨의 부모는 동네를 수소문해 B씨의 행각을 확인하게 됐고, A씨는 B씨의 부모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부친에게 사과를 하는 소리도 들었다.

 

이런 상황에 크게 상심한 A씨는 그의 처지를 비관하며 자신을 괴롭히던 동급생들의 이름을 공책에 적었고, 창고에 있던 농약을 마셔 자살을 기도했다.

 

그 뒤 A씨가 눈을 뜬 곳은 어느 대형 병원이었으며, 위세척 등 응급조치가 이미 끝난 상태였다. 그의 옆에서 A씨의 부모는 자식의 손을 잡은 채 울고 있었다.

 

A씨가 괴롭힘을 당한 사건은 당시 지역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공론화됐고, 이후 A씨는 여섯 차례의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개명까지 했다. 이후 A씨는 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며 폭력을 가해왔던 동급생들과 마주치지 않게 됐다.

 

어느덧 40대 중반에 아이 둘을 키우며 가정을 건사하게 된 A씨는 젊은 시절부터 종사해온 화물업이 성공해 고향 인근에서 화물차 11대를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가 됐다.

 

이후 지난해에 화물기사 공석이 발생해 구인공고를 낸 그의 회사에 지원자들이 응시해왔다.

 

그런데 면접장에서 A씨는 면접자 중 B씨를 매우 닮은 인물이 앉아있는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A씨는 그에게 신분증과 면허증을 요구했고, 이 응시자가 B씨임을 확신하게 됐다.

 

A씨는 그에게 “혹시 XX 중학교를 다니지 않았냐”고 물었고, B씨는 “맞다. 어떻게 아셨냐”며 놀라워했다.

 

이에 A씨가 개명 전 이름을 말하며 “나 김XX다. 못 알아보겠냐”고 묻자, B씨는 A씨가 건넨 명함을 계속 보고서는 “몰라봤다. 미안하다”고 답했다.

 

A씨는 “그 동안 키도 많이 크고 나이도 먹었으니 그럴 수 있다. 나도 많이 놀랐다”며 “내가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웃기지만 너도 짐작은 할 것이다. 너를 채용할 수 없다. 이해해라”라고 설명했다. 

 

이에 B씨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만 일어나 보겠다”며 자리를 떴다.

 

A씨는 “응시를 위해 제출한 B씨의 서류를 보니 결혼도 했고 아들도 있었다. 화물 관련 자격증은 작년 겨울에 땄더라”며 “그 동안 내가 당한 괴롭힘은 나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살아왔는데 20여년만에 이 인간을 마주하니 어디에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 보배드림에 글을 쓰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A씨는 B씨를 향해 “혹시나 네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나는 네가 정말 불행했으면 좋겠다”며 “너를 선택한 네 가족이 능력 없는 너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네가 몸부림쳤으면 좋겠다. 이것이 농약을 삼켰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고 원한을 털어놨다.

 

이 게시물은 6일 오후 4시 현재 조회수 약 20만회와 추천 5500여개를 기록하며 크게 주목받고 있다. 5000여개의 댓글에서 사람들은 A씨의 글에 공감하며 B씨의 행태에 분노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