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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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주변 골프장 재추진에 주민 거센 반발

건설업체, 12월 말 입안서 제출
보전운동본부 “생태관광과 충돌”
수질오염·생태계 악영향 등 지적
옥천군에 “입안 거절하라” 요구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 인근에 골프장 건설이 10년 만에 재추진되면서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29일 충북 옥천군 등에 따르면 충북지역 건설업체인 A개발이 지난달 말 옥천군 동이면 지양리 일원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도시계획(체육시설) 입안제안서를 제출했다. 이곳은 10년 전인 2012년에도 같은 업체가 골프장을 조성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무산됐었다.

A개발은 당시 옥천군 동이면 지양리 인근 161만여㎡에 27홀 규모의 옥천향수골프리조텔 조성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골프장 예정지가 금강과 대청호에서 1.5∼2㎞ 거리에 위치한 데다 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2권역 안에 들어 있어 골프장 조성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우려가 제기됐다.

대청호 주변지역인 대전·충남·충북 지역 주민들은 즉각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주민들은 그해 ‘골프장반대범군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1년 넘게 천막 농성 등 골프장 조성 백지화를 촉구했고, 옥천군에서 A개발 측에 제안서에 대한 보완 요구를 하면서 계획은 유야무야됐다.

그러나 지난달 말 A개발이 동이면 등 토지매매계약서와 골프장 조성 입안서를 군에 재차 접수하면서 논란은 다시 거세지고 있다. 대청호 유역인 동이면은 2021년 5월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돼 반딧불 서식지 복원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골프장 조성 예정지는 반딧불 서식지와 직선거리로 불과 7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식생보전등급 3∼4등급이 양호하게 유지되는 이곳엔 법정보호종인 삵, 담비, 하늘다람쥐, 독수리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이면 등 대청호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대청호보전운동본부는 지난 26일 성명서를 내고 “대규모 골프장 건설은 생태관광과 정면충돌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10년 전보다 대청호 인근 지역의 환경 가치는 더 높아졌다”며 “27홀의 대규모 골프장이 들어선다면 대청호 수질에 다각도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골프장은 ㏊당 농약을 평균 17.4㎏에서 최대 90㎏까지 사용해 농약으로 인한 수질오염을 비롯, 야간 조명으로 주변 생태계와 농업 악영향, 하루 평균 1000t 이상 물을 갖다 써 지하수 고갈과 지반붕괴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대청호에 대규모 골프장 건설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옥천군은 중립의 입장이 아니라 무엇이 옥천과 대청호의 미래에 부합하는지 명확한 입장을 갖고 골프장 조성 입안을 거절하라”고 요구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