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아내·두 아들 살해 뒤 "난 인격이 3개"…과학수사로 거짓 입증

檢, 과학수사 우수사례 5건 선정

‘심신미약 아닌 분노 범행’ 밝혀내
추행 피해아동 물품서 정액 확인
성범죄 남성 무죄 → 유죄 뒤집기도

“난 인격이 3개다. 내면에서 서로 다른 인격이 대화를 한다.”

 

지난해 10월 아내와 10대인 두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고모(46)씨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다중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8년 전 기억을 잃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기억을 찾았는데, 어머니는 버려졌고 (아내는) 저를 ATM기처럼 일만 시켰다”는 말도 했다.

2022년 10월 28일 ‘광명 세 모자 살인 사건’ 피의자 40대 A씨(가운데)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이 열린 경기 안산시 단원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그러나 고씨의 이런 주장은 오래가지 않아 들통났다. 대검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임상심리평가, 심리생리검사, 행동분석 등을 진행한 결과다. 고씨가 정신병리적 특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다. 검찰의 심리 분석 결과 고씨는 심신미약 상태가 아닌 피해자들에 대한 반감과 분노감이 증폭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2부의 김재혁 부장검사와 정재훈 검사는 고씨를 구속 기소했다.

 

대검찰청은 해당 사건을 비롯한 5건의 수사를 2022년 4분기 과학수사 우수사례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웃 아동을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 남성의 사건을 맡은 대전지검 권성희 부장검사와 김혜주·정경영 검사는 1심 무죄를 뒤집고, 2심에서 유죄를 이끌어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당초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DNA 감정 결과 정액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수사팀은 대검 DNA 정밀감정을 통해 피해자 물품에서 피고인 타액과 정액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항소심에서 보건연구관 증인신문 및 감정에 관한 전문적·과학적인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3년 반 동안 수사가 지연된 암호화폐거래소 데이터베이스 조작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검 이병주 부장검사와 오광일 검사는 거래소 계좌거래 내역을 전면 재검토하고, 대검 사이버수사과 지원을 받아 자금 흐름을 분석해 운영자 2명과 직원 1명을 재판에 넘겼다. 반도체 기술 국외 유출 혐의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이성범 부장검사와 김대철·민은식 검사는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중국에 반도체 핵심 기술을 빼돌린 관련자 9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수법이 나날이 복잡하고 교묘해지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는 첨단 과학수사 기법을 연구·개발해 이를 수사에 적극 활용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