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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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李 체포안 부결시키고 하영제엔 찬성한 민주당 내로남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에 관한 투표를 마친 뒤 기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무기명투표 결과 재석 의원 281명 중 찬성 160명, 반대 99명, 기권 22명이었다. 국민의힘(115석)이 체포동의안 찬성 입장을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한 점을 감안하면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하 의원이 부정부패 혐의를 받는 만큼 체포동의안 통과는 당연한 결과다. 하 의원은 지난해 경남도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7000만원을 받고, 2020~2022년 6차례 사천시장과 남해사무소 사무국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75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 행태다. 하 의원과 마찬가지로 부정부패 혐의를 받는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의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당시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그랬던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여당 의원에 대해선 찬성 표를 던진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돈을 받은 같은 혐의라도 ‘야당 의원이면 정치 탄압이고 여당 의원이면 부정부패’라는 해괴한 논리를 누가 납득하겠나.

내로남불 행태는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잃은 중요한 요인이다.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한 데도 이런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고도 달라진 게 없다. 민주당은 이 대표 개인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를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압도적 다수 의석의 국회를 이 대표 방탄에 이용했다.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기를 공약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말을 바꿨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반발하는 모습은 조국 사태 당시 내로남불 행태와 마찬가지다.

검찰이 쌍방울그룹 대북 불법송금 및 백현동 개발 의혹 등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또다시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인가. 이런 이중잣대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소속 의원의 방탄을 위해 국회를 악용하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 대표도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내로남불 행태를 계속하면 내년 4월 총선에서도 민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