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고주파로 자기 상황을 알리는 소리를 낸다는 사실이 이스라엘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CNN 등 외신은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릴라크 하다니 교수팀이 식물이 내는 소리를 녹음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토마토와 담배, 밀, 옥수수, 선인장, 광대나물 등의 소리를 녹음했으며, 어떤 식물이 어떤 상황에서 내는 소리인지도 분석해 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과학저널 ‘셀’(Cell)에 실렸다.
연구팀은 식물이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소리를 내는데, 식물의 종류와스트레스의 성격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 귀엔 안 들리지만 박쥐나 생쥐, 곤충 등은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다니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식물에 부착된 진동계에 진동이 기록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이 진동이 공기 중 음파, 즉 녹음할 수 있는 소리가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며 “이 연구는 수년간 이어져 온 의문을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먼저 조용하고 고립돼 있어 배경 소음이 전혀 없는 지하실에 음향 박스를 설치하고 그 속에 토마토와 담배를 넣은 뒤 10㎝ 떨어진 곳에 20~250킬로헤르츠(㎑)의 고주파를 녹음할 수 있는 초음파 마이크를 설치했다.
연구팀은 음향 박스에 이들 식물을 넣기 전 일부에 5일간 물을 주지 않거나 줄기를 자르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줘 온전한 식물과 차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식물들은 40~80㎑의 고주파 소리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들을수 있는 최대 주파수는 약 16㎑다.
그 소리는 ‘딸깍’하는 클릭 소리나 비닐이 톡톡 터지는 포장용 에어캡(일명 ‘뽁뽁이’)이 터지는 소리와 유사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소리를 내는 빈도는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많이 늘어났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식물은 시간당 평균 한 번 미만으로 소리를 냈지만 물을 주지 않거나 줄기를 자른 것은 시간당 30~50차례 소리를 냈다.
연구팀은 밀, 옥수수, 선인장, 광대나물 등도 같은 실험에서 소리는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어 녹음된 소리를 자체 개발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식물들이 내는 소리가 식물 종류와 가해진 스트레스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토마토와 담배가 각각 물이 부족할 때 내는 소리가 다르고, 물이 부족할 때와 줄기가 잘렸을 때 내는 소리도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이 알고리즘을 배경 소음이 많은 온실 속에 있는 식물들에 적용해 이들이 내는 소리를 확인하고 구분해내는 데도 성공했다.
식물이 소리를 내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불분명하지만 연구팀은 식물 관다발계(vascular system) 안에 기포가 형성됐다 터지는 ‘공동’(cavitation) 현상 때문에 소리가 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다니 교수는 “식물이 다른 생물체와 소통을 하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인지는 명확지 않지만,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생태학적, 진화적으로 큰 의미를 내포한다”며 “다른 동식물이 이 소리를 듣고 반응하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음에 풀 문제는 이 소리를 누가 듣는지를 밝히는 것이라며 박쥐나 설치류, 곤충들, 어쩌면 다른 식물들도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다니 교수는 “목가적인 꽃밭은 우리가 듣지 못할 뿐 다소 시끄러운 곳일 수 있다”며 “식물 소리를 듣고 물을 줘야 할 때를 알려주는 센서 같은 적절한 도구만 있으면 사람들도 식물 소리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