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1일 오후 서울 종로3가 귀금속거리. 한 금은방에서 손바닥만 황금 열쇠를 꺼내놓은 A씨(55)는 “요즘 금값이 올랐다고 해서 가지고 나왔다”며 “좀더 가격을 높게 받고 싶은데 언제 팔아야 좋을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결혼을 앞두고 예물을 맞추기 위해 찾았다는 B씨(35)는 “금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금을) 사는게 돈을 버는거 같아 나왔다”며 “하지만 금값이 너무 올라 예물을 조금 줄여야 할 거 같다”고 아쉬워했다.
종로3가에서 20년째 금은방을 운영 중인 C씨는 “금값이 오르면서 금을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값이 크게 오르면서 장롱 속에 잠자고 있던 금붙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값은 지난달 20일 3.75g(한 돈)당 36만2000원으로 2014년 금시장이 개설된 이후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3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살 때 금값은 한 돈당 35만4000원을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32만3000원보다 9.6% 상승, 10년 전인 2013년 22만8000원보다는 1.5배가량 올랐다.
이처럼 금값이 오른 것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합병 등 은행권을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나자 안전자산인 금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량은 1136으로, 1967년 이후 5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불경기가 겹치면서 가지고 있는 금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이른바 ‘역 골드러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에서는 시중은행을 통해 금에 간접 투자하는 ‘골드뱅킹’의 인기가 높다.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신한·우리·KB국민은행 골드뱅킹 계좌 잔액은 5139억원으로 지난해 말 5031억원에 비해 108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대표는 “일부 자산가들은 장기적으로는 금값이 더 오른다고 생각해서 투자하겠지만 현재는 금이 매입되는 양에 비하면 판매되는 양은 상대적으로 적다”며 “평상시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지 않는데 금 시세가 1돈당 30만원이 넘어가자 차익실현을 위해 금을 파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부채비율과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로 금가격 오름세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