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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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해변에 또 등장한 고래 사체… 뭍으로 떠밀려오는 이유는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바다의 포식자’ 향유고래, 심해 서식
해변으로 떠밀려야 사체로 발견 잦아
환경오염·기후변화·질병 복합적 노출
사체는 부검, 사체가 질병 유발 여지

9일 발리익스프레스(baliexpress)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길이 18m의 향유고래가 수일 전 인도네시아 발리 해변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는 숨진 고래를 부검해 사망 원인을 찾아내기로 했다. 발리는 최근 해양오염이 심각해지며 전문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는 지역이다.

 

힌두교도인 인도네시아 발리 주민이 6일 죽은 고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덴파사르=로이터·연합뉴스

‘심해의 포식자’ 향유고래도 해변에서는 약자

 

향유고래는 심해 포유동물로 심해 3000m 깊이에서 서식하며 사냥하는 경향을 지녔다. 세계에서 가장 큰 포식자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해변으로 밀려온 고래가 비교적 자주 발견되고 있다. 앞서 티모르 섬 해변에서도 고래 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으며, 최근 동자바 수네넵에서도 고래 사체가 발견됐다. 심해의 서식자 고래의 사체가 해변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먹이사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고래를 바다로 다시 못 가게 하는 것인지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언론매체 콤파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해변에서 고래 사체가 빈번하게 발견되는 이유로 환경 요인 및 인간의 활동과 관련을 찾고 있다. 기후변화와 오염 등 해양환경 변화 등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분석이 많다. 인도네시아 국립 해양학센터의 세카르 미라 연구원은 “고래의 죽음엔 비환경적 요인, 인간의 활동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특정 요인이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고, 이유가 다양하다는 이야기다.

 

세카르 연구원은 “예를 들어 포식자인 고래가 사냥용 물고기를 쫓을 경우, 쫓기는 대상이 얕은 해안가로 도망치면 고래가 오히려 얕은 수심에 충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먹이 대상인 물고기의 위험 회피 노력이 향유고래의 죽음에까지 이르도록 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래의 죽음엔 자연 발생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질병이나 부상 때문에 수심 깊은 곳을 벗어나 이동했을 개연성도 있다. 그는 “얼마 전 뉴질랜드에서 발견된 사례처럼 해양지진이나 태양광선으로 인한 방해와 같은 자연적 요인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발리 주민들이 물속에 잠겨 있는 고래 사체를 해변에서 바라보고 있다. 덴파사르=로이터·연합뉴스

피하는 물고기 추적, 썰물에, 질병에, 오염 물질에 죽음 원인 다양

 

자연 발생적인 것이라면 문제는 없다. 그렇다면 인류가 개입이나 각성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온도 변화와 수면 아래의 화학성분 변화가 고래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들을 바다에서 벗어나 해변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해양쓰레기 증가와 환경 변화가 고래의 생존을 위협했을 개연성이 크다. 세카르 연구원도 이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고래가 물고기는 물론 해양 쓰레기까지 함께 섭취하게 되면, 해양 쓰레기가 고래의 위와 내장 등의 기능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상기후 등 기후변화도 인류의 상상 이상으로 고래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평소처럼 생활하던 고래라 하더라도 기후변화로 폭풍이 일거나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크게 발생할 경우 원래 서식지로 돌아갈 기회를 놓치게 된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석유 시추 행위도 높은 데시벨의 소음을 야기해 고래를 서식지에서 벗어나 해변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지난 2월 초에는 튀르키예 남쪽의 키프로스에서 고래 7마리가 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강진 여파로 고래가 떼죽음에 노출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발리 즘바라나 해변에서 발견된 고래 사체 주변을 주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가 8일 언론보도용으로 공개한 것이다. 덴파사르=AFP연합뉴스 

결국 고래가 밀려오거나 위험을 피해 해변에서 사체로 발견되기까지는 여러 원인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해변에서 발견되는 고래 사체에 대한 부검으로 조사를 세밀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카르 연구원은 “바다 포유류의 좌초엔 여러 원인이 작용했을 터인데, 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발리 해양당국은 이번에 발견된 고래 사체를 씻은 뒤 부검을 실시했다. 부검엔 수의사와 법의학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사체 부검과 연구 분석은 고래가 죽는 횟수를 줄일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와 생명체들의 공간 보호에도 유용한 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고래 사체 부검으로 해양 쓰레기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발리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향유고래는 수천마일을 이동하며 서식하기 때문에 쓰레기를 어디에서 섭취했는지, 어느 지역에서 배출된 것인지 규명하기도 쉽지 않다. 향유고래의 경우 암컷과 새끼고래는 열대 부근에서 주로 서식하지만, 수컷은 위도를 가리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해양 당국이 6일 고래 사체를 씻은 뒤 옮기고 있다. 덴파사르=로이터·연합뉴스

◆해변의 고래 사체…영국에서는 1762년 첫 기록

 

그만큼 분석이 이어져도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 호주 혹은 미국 하와이 등에서 발견된 고래 사체에서는 낚시 줄에서 다량의 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다. 고래의 위 등 소화기관에서 소화되지 않은 오징어가 다수 발견된 사례도 있다. 고래 사체는 떼로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이동을 선도하며 앞장섰던 고래가 질병 상태에 있었을 개연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영국의 경우 해양당국의 기록에 따르면 최근 발견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최초 발견 기록은 1762년 북해에서 발견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발견 사례는 1940년대 이후 크게 증가했다.

 

이번에 발리에서 사체로 발견된 고래는 애초 처음 발견됐을 때는 숨을 쉬고 있었다. 발리 주민들은 해변에서 고래가 움직였지만, 얼마 뒤에 죽었다고 확인했다. 사체로 발견된 고래는 몸길이 17.28m, 머리둘레 7.72m, 몸둘레는 10m, 이빨 38개, 꼬리지느러미 너비 4m로 분석됐다. 발리 당국은 사체 부검 이후 일요일인 9일 죽은 고래를 몇 부분으로 나눠 해변 인근에 매장하기로 결정했다.

 

고래 사체가 다른 질병을 야기할 수 있고, 이 질병이 주민들에게 전염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주민들은 고래 사체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며 “사체를 씻거나 사체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주민들도 있는데, 가급적 이런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