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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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등장하면 성공할까”…여의도에 떠도는 친박계 총선출마설

“건강하신 모습을 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우리 지역(대구)에 그만한 인물이 어딨어요?”

 

지난 11일 대구 동화사를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옆에서 지켜본 대구지역 정가의 한 정치인은 17일 “박 전 대통령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분명 재기를 노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낙후된 대구·경북 지역을 다시 살리는데 박 전 대통령이 큰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방문한 동화사엔 지지자 100여 명이 모여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발언 없이 이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거나 일부 지지자들과 악수를 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찾아 통일대불 앞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박 전 대통령 최근 행보는 거침이 없다. 표면적으론 공개적인 정치활동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박 전 대통령은 오는 18~21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도 만날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과 동화사에 동행한 유영하 변호사는 김 대표 보좌진 등과 연락해 날짜가 정해지면 대표실에서 언론에 알리지 않겠냐며 두 사람 회동을 예고했다. 앞서 김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부터 박 전 대통령과 만남을 추진해온 바 있다.

 

친윤계 의원이 독식한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에서 이런 박 전 대통령의 전면적인 활동이 달가울 리 없다. 사면으로 복권되었다곤 하지만, 다음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과 중도층은 여전히 국정농단 사태 원흉인 친박계에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50%에도 못 미치는 TK(대구·경북)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을 보면 TK에서 절대적인 박 전 대통령 카드에 욕심이 나기도 한다. 과연 친박계 총선 등판은 국민의힘에 약일까 독일까.

 

이미 여의도 정가에선 유 변호사를 비롯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친박계 인사가 대구·경북 지역 출마를 할 것이란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특히 박 전 대통령 과거 행보를 봤을 때 내년 총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측근인 유 변호사 대구시장 출마를 응원하는 등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친박계의 전면적인 등장이 친윤계 지도부로서는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현재 TK 지역구 현역 의원이 표면상 친윤계로 활동하고 있는 등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여기에 총선 승리를 통해 국회 다수당 지위를 확보해야 하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수도권과 중도층 확장성이 높은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친박계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수도권 의원들로서는 TK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친박계 행보가 달가울 리 없다.

 

지난 2022년 3월 24일 유영하 변호사가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사저 앞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 전망까지도 나온다. 무엇보다 TK에서만큼은 무소속으로 나와도 이길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최 전 부총리의 경우 경북 경산에서 4번 당선된 적이 있고 그런 그와 맞붙어야 하는 현역인 윤두현 의원은 초선이어서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다. 우 전 수석 입장에서도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나온 영주의 경우 현역 지역구 의원이 초선인 김형두 의원이라 해볼 만한 싸움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나선다고 해서 과연 친박계 부활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점은 미지수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유 변호사는 당내 경선에서 18.62% 득표율에 그쳐, 당시 홍준표 후보에게 밀렸다. 즉 국민의힘이 아닌 친박계 신당으로 출마한다고해도 국민의힘 후보와 만나 승리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런 친박계 인사 TK 공천설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음 총선에서 만약 그런 공천(친박계 공천)이 이루어지면 제일 중요한 게 수도권 선거인데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 본다”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개입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찾아 경내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텃밭이었던 TK 최근 지지율을 보면 친박계 카드가 허무맹랑한 소린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이날 리얼미터가 지난 10~14일 유권자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3.9%로 전주(37.0%) 대비 3.1%포인트 떨어졌다. 이중 핵심은 보수 텃밭인 TK 지지층의 이탈이다. 국민의힘 TK 지지율은 48.4%로 전주(54.6%) 보다 6.2%포인트 하락했다. 

 

TK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도리어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 TK 지지율이 39.6%로 전주 보다 9.2%포인트 급등했다. 핵심 지지층인 TK마저 등을 돌린 것이다.

 

대구 지역구 한 현역 의원은 “지역구에서 당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친박 카드를 고려할 수도 있다”며 “수도권 승리도 중요하지만 안마당에서 질 경우 당과 정부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