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모두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전 위원장은 18일 "두 당이 우리나라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전혀 해결할 능력이 없다. 지난 20년이 입증한다"고 양당을 질타했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새로운 세력의 구축"을 언급했는데, 김 전 위원장은 신당 참여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옆에서 도와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토론회에 좌장으로 참석했다. 토론회에는 금 전 의원과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발표자로 나섰고, 권지웅 민주당 청년미래TF 위원,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가 토론자로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계기는 아닌 것 같다"며 "이제는 사람 중심으로 정당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력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살률, 노인빈곤율, 출산율 악화 지표를 언급하면서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양극화가 시작됐는데, 두 정당이 10년씩 집권하면서 양극화 문제를 입으로 얘기했지만 문제는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고 오늘날 양극화는 더 심화되는 모습"이라며 "과연 우리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것인가에 굉장히 회의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그는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과 2016년 문재인 전 대통령(당시 당대표) 총선,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대선에 모두 관여했으나 선거 이후 정권과 갈라섰다.
김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 정당의 문제가 뭐냐면, 집권당이 돼도 정당이 (사회 문제에) 대응을 못 하고 대통령 얼굴만 보는 정당이 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임기 동안 약속을 어떻게 실천할 건지를 노력해야지, 쓸데없이 욕심이 생기니까 당을 내 걸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7년 국민의 여망이 직선제기 때문에 헌법 개정을 했는데, 결국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이라는 게 오히려 국정운영에 큰 차질을 빚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집권자 의지와 힘만 갖고는 되는 게 아닌데, 우리나라 정치 현실은 여당이 되면 대통령당을 만들어버린다.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나선 금태섭 전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문제의식 위에 사회 통합 문제를 얹어 양당을 비판했다. 기득권 양당이 양극화·공정 등 사회 문제 해결과 무관하게 편 가르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양당의 리더십이 변화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고 봤다.
금 전 의원은 발제에서 "편 가르기와 진영논리를 비롯한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들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데, 결국 선택이 제한돼있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정부를 탄핵하고 민주당 정부에 몰아줬다가 다시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를 했지만 상황이 나아진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세력이 출현하지 않으면 이런 교착을 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롭게 출현할 세력은 기존 한국 정치의 문제들을 일소하는 합리성과 객관성을 갖춰야 하고, 자기 편에 유리한 의제가 아닌 우리 사회에 진짜 중요한 문제들을 찾아서 제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유권자들은 진짜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는 틀을 만들 수 있는 세력이 등장하면 얼마든지 선택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선에서 30석 정도를 차지할 수 있는 정당이 나타난다면 한국 정치를 밑바닥부터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유권자들은 그런 변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그 방법이 우리 정치를 달라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금 전 의원은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얘기한 거고, 당을 만드는 건 준비되면 말씀드리겠다. 서둘러서 되는 일은 아니다"라며 "앞서나가는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 저는 그 길을 걷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이어 "저는 민주당에서도 있었고 대선 윤석열 캠프에도 있었고 안철수 제3지대를 도운 적도 있다. 경험과 생각을 통해서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유권자 다수도 비슷한 생각을 하실 거고, 거의 모든 정치인이 비슷한 말을 한다. 어느 계기로 물꼬가 터지면 확 바뀔 계기가 온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금 전 의원 발제 뒤 "나는 더 이상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없는데, 금 전 의원이 용기를 갖고 그런 시도를 하니까 내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정도"라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이 각성하면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고, 그러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나 하는 측면에서 금 전 의원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다만 "나는 더 이상 어느 캠프, 어디도 안 간다"며 신당 합류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다른 발제자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양당의 '적대적 공생' 측면에서 유사한 문제의식을 보였다. 다만 이 의원은 비교적 정치 제도의 개선에 방점을 뒀다. 대통령 결선투표제, 국무총리 국회 복수추천제, 다당제적 정치관계법 개선 등이 언급됐다.
이 의원은 "민주공화국에 걸맞은 민심에 비례한 권력 분배가 이뤄져 있지 않은 일그러진 헌정체제"라며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되고 국회 양당 구조에다가 다양성을 배타적으로 내몰고 맹종과 성역화에 악질적 팬덤까지 가세했다"고 한국 정치 환경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누가 더 못하나의 역진적 경쟁이 계속 악순환되는데, 저희 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희망의 등대고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등불일 것"이라며 "민주공화국에 걸맞게 권력의 집중을 분권화하고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조정과 타협이 필요하도록 권력의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에 대해 "민주당은 자정 기능을 포기했다"며 "도덕 불감증이 심화되면서 뭐가 옳고 그르고 없이 그냥 진영논리로 내 편이면 무조건 엄호사격하고 사대는 악마화하는 게 계속돼 지금은 선악 구별도 없다"고 자당을 비판했다.
다만 금 전 의원이 신당을 만들 경우 합류할지 질문에는 "제가 민주당에서 정치적 비전을 펼치기 어려우면 다른 데서 활동할 수 있으나 지금은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서 민주당에서 어떻게든 발버둥치는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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