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원 내기에 밤새 고속도로와 터널을 지나 11시간 걸어간 에버랜드에 간 중학생들이 있다.
12일 용인시 처인구 지역의 한 온라인 카페에는 ‘아침에 에버랜드 가겠다고 하남에서부터 걸어왔다는 중학생 2명’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우리 집 쪽은 버스도 2시간에 한 번 다니는 외진 곳에 있는 단독 주택인데, 엄마가 아침부터 (집 앞으로) 나와 보라고 해서 나갔더니 마당에 웬 중학생 남자아이 두 명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글쓴이가 마당에 나가보니 처음 보는 학생들이 어머니가 준 고구마를 먹고 있었다. 어머니는 글쓴이에게 “얘네들 에버랜드 데려다주고 와”라고 부탁했다. 알고 보니 현장 체험학습으로 에버랜드에 가는 길에 길을 잃었다는 것.
이에 글쓴이가 “학교에서 단체로 (현장 체험학습을) 가는데 왜 여기 있느냐”고 물었고, 학생들은 “하남에 있는 ○○중학교 다니는데, 현장 체험학습 장소가 에버랜드라서 반 애들끼리 하남에서 에버랜드까지 걸어서 오는 7만원 내기를 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하면 경기도 하남시에서 에버랜드까지는 총 45㎞, 큰길로 12시간 22분이 걸린다.
학생들은 밤새 고속도로와 터널을 지나 걸었는데 에버랜드에 다다를 때쯤 길을 잃었고, 때마침 글쓴이 어머니가 발견해 집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하자 이들은 “친구들과 약속했으니 걸어가겠다. 근데 길을 모르겠다”고 거절했다. 글쓴이는 산책 겸 학생들을 걸어서 데려다주고 왔다고 한다.
글쓴이는 “아침에 드라마 한 편 찍은 느낌이었다”며 “이 나이 또래에서만 생각할 수 있는 행동이어서 순수하고 귀여웠지만 걱정됐다. 에버랜드까지 11시간 밤새 걸어왔다는데 위험하게 고속도로로. 심지어 둘 다 검은 옷이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을 에버랜드에 데려다주면서 “선생님과 부모님께 전화드렸고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라고 잔소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가는 길에 음식 먹어서 힘이 났는지 ‘아줌마 여기 동네도 괴담 같은 거 있어요?’라고 묻는 게 귀여운데 참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쯤 에버랜드 안에 있을 텐데 졸려서 잘 놀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위험하니까 다음에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다시금 걱정하는 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