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국회의원 전원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인사혁신처에 스스로 신고하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의원들의 가상자산 보유현황을 전수조사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무소속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뒤늦게 나섰다. 김 의원의 코인 보유 논란이 최초로 알려진 지 열이틀 만이고, 김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 활동 도중 코인 매매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 닷새 만이다.
정무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민주당 소속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최근 국회의원의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와 관련, 불법적 거래 의혹이 커지고 국민들 국회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며 “여야 간사와 협의를 거쳐 가상자산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가 솔선수범해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의안에는 △현역 국회의원 전원이 임기 동안 취득한 가상자산 보유 현황 및 변동 내역을 인사혁신처에 자진신고 △국회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의원 가상자산 취득·거래·상실을 조사할 것을 요구 △금융위원회·권익위·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와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상자산거래소·금융기관 등 가상자산 관련 기관 조사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이날 김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했다. 당 차원 진상조사는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의원총회에서 진상조사팀 조사 결과를 검토해 윤리위 제소를 추진할 방침이었는데, 이미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진상조사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당은 지체하지 않고 윤리위 제소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 윤리위 제소 배경에 이재명 대표의 의지가 있었다고도 전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의원은 윤리규범을 엄중하게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김 의원은 상임위 활동 시간에 코인을 거래했다고 인정했다”며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윤리위 제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野 “與, 전수조사 동의하면 돼” 與 “김남국 의원 제명해야”
국회 정무위원회가 17일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자진신고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정무위가 채택한 결의안은 향후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서로 득실을 따지고 있어서다. 양당 모두 선제 전수조사 등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전수조사에 동의하면 된다”며 국민의힘에 공을 떠넘겼고, 국민의힘은 김남국 의원 제명을 촉구하며 논란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은 김 의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점을 연일 부각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며 당 안팎에 들끓는 여론 진화에 나섰다.
이러한 양당의 입장차는 이날 열린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의원의 조속한 징계를 추진하자는 여당과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야당의 신경전으로도 연출됐다.
◆여야, 김남국 징계 속도 이견
국회 윤리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김 의원의 징계안에 대한 절차와 방식 등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여야 합의로 윤리심사자문위원회 검토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 상정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숙려기간을 거쳐 윤리심사자문위원회로 넘어가면 60일에서 최장 80일까지도 걸릴 수 있다”며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 판단하고 그 판단에 맞는 양형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반박했다.
민주당 소속 변재일 위원장은 “자문위 절차 생략은 국회법상 권한이 없다”면서도 “자문위에 회부하되 빨리 결론을 내 달라고 의견을 첨부하겠다”며 중재안을 내놨다. 여야는 조속히 상정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이날 회의를 마쳤다.
한편 민주당도 이날 김 의원 징계안을 제출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8일 제소한 지 아흐레 만이다. 양당 징계안 모두 김 의원이 품위유지의무·직무성실의무·청렴의무를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김 의원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공동발의에 한해서는 시각차가 있었다. 국민의힘은 직권남용이라고 했지만, 민주당 징계안에는 별도 언급이 없었다.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확인되지 않은 사유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몸통은 李” vs “李가 지시”
국민의힘은 김 의원이 민주당 이 대표 최측근인 점을 부각하며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 직접 지시로 김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했다는 점을 연신 부각하며 방어에 나섰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김 의원 윤리위 제소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늑장 제소”에 지나지 않는다며 깎아내렸다. 김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왜 지금까지 그렇게 끼고 돌았는지 무슨 은밀한 흑막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이 대표를 향해 “(김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대응을 비판하며 “결국 이 도마뱀의 몸통이 이 대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의지로 윤리위에 제소했다는 점을 연신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가 최측근 징계엔 소극적이란 당 안팎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윤리감찰단 가동 이틀 만에 김 의원이 탈당했고, 김 의원 탈당 선언 사흘 뒤에야 ‘읍참남국’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불만이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의 이 대표 리더십을 믿고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