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 도서관을 키즈카페처럼 해서 한국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어린이가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개선하면 어떨까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문화원을 방문하게 되겠죠. 멀리 보면 미래 고객 확보이고 가깝게는 도서관을 통해 방문을 유도하는 셈입니다.”(재외 한국문화원 관계자 A씨)
“문화원 고객들이 한국어로 된 책은 전혀 안 봐요. 그래서 한두 권만 남기고 다른 곳에 두거나 폐기를 검토하기도 하죠.”(〃 B씨)
재외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사회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에게 이른바 ‘한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주요 창구인 도서관(자료실) 환경과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재외 문화원을 찾는 현지인들의 도서관 이용률이 다른 시설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 세계 재외 문화원 근무자 10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재외 문화원에서 이용률이 가장 높은 시설은 강의실로 5점 척도 기준 4.24점이었다. 이 조사에서 60명 이상 응답한 시설별 이용률을 보면 강의실에 이어 한식 체험 공간(4.0점), 전시 공간(3.98점), 공연장(3.88점) 순으로 나타났고, 도서관이 3.32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는 도서 상당수가 영어나 현지 언어보다 한국어로 돼 있고 사서와 같은 전담 관리 인력도 보기 어려운 점 등 도서관을 편안하게 이용하기 힘든 구조와 무관치 않다. 재외 한국문화원에서 총무 일을 맡고 있는 응답자(18명)에 따르면, 문화원 도서관 이용자 중 현지인 비율은 평균 71.6%였다. 반면 도서관이 보유한 도서의 언어 비율을 보면 한국어 비중이 73.2%에 달했고, 현지 언어와 영어는 각각 13.6%와 13.2%에 그쳤다. 한국어 학습자나 한국어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현지 한국문화원 도서관이나 자료실을 방문할 이유가 별로 없는 셈이다.
실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10월 국내 체류 외국인 200명에게 물은 결과, 자국에 있는 한국문화원 방문 경험자(36%) 중 도서관을 한 번이라도 가 본 응답자는 47.2%에 불과했고, 3회 이상 방문자는 고작 6.9%였다.
튀르키예 출신으로 한국에 4년간 머문 여성 C씨는 “나는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에 대해 공부하려 (튀르키예) 한국문화원 도서관을 이용했다.”면서도 “나 같은 경우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역별 현지 사정과 해당 한국문화원 형편이 제각각이라고 해도 도서관이 현지인의 수요에 부응하면서 개방적이고 다목적적인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규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외 문화원 도서관이 현지인들에게 보다 친근한 공간으로 거듭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대중문화와 여행 정보 등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내용이 현지 언어로 된 책을 많이 비치하고, 카페 등 휴게·편의 시설을 확충해 개방적인 공간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