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세수 펑크’ 커지자… 정부 ‘불용 카드’ 만지작

이대론 2022년 수준 돼도 30조 부족
국채 발행은 건전재정 기조 배치
‘예산 불용’ 허리띠 졸라매기 검토

올해 예산 대비 국세수입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정부가 편성된 예산을 다 쓰지 않는 ‘불용’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건전재정 기조에 배치되는 만큼 집행이 부진할 만한 사업을 가려내 지출을 깎는 방안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사진=뉴스1

2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 부족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예산 불용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4일 “(세수 결손으로) 부족한 재원은 기금 여유자금 등을 활용하거나 연내 재정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는 사업이 확인되면 집행 효율화 차원에서 이를 관리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불용 검토 방침을 언급한 바 있다.

국가재정에서 불용은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통상 편성된 사업이 중지되거나 해당 연도에 집행될 수 없는 다른 사정이 발생하는 등 어쩔 수 없이 불용이 생기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세입이 부족할 때 인위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반기에나 윤곽이 드러나는 불용이 벌써부터 언급되고 있는 건 세수 부족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들어온 국세 수입은 87조1000억원 정도다. 지난해 같은 시점 11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24조원이 부족하다. 4월부터 연말까지 작년과 같은 규모의 세금(284조8000억원)이 들어온다고 가정해도 연말 기준 국세수입은 371조9000억원에 그쳐 정부의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28조6000억원 모자라게 된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뉴시스

세입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출을 원래 계획대로 하기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할 수 있지만 이는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배치된다. 정부가 예산 불용을 고육책으로 살펴보고 있는 배경이다.

문제는 당초 예상보다 하반기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마저 줄어들 경우 경기 대응 여력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종전 2.4%에서 2.1%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불용을 하게 되면 기존 경제성장 전망을 더 하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적자 급증, 비기축통화국 지위, 급속한 고령화 등 한국의 현 상황과, 국내외의 고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예산 불용 등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