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제1당으로 등극한 태국 진보정당 전진당(MFP)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진당은 제2당인 프아타이당 등 7개 정당과 접촉해 7월 개원 예정인 의회에서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정의 총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상원 250석, 하원 500석을 합한 750석의 상·하원 연석회의에서 과반을 확보해야 한다. 전진당은 하원에서는 어렵지 않게 300석이 넘는 연정 의석을 확보했지만, 군부 친화적인 상원의원들의 동의는 미약한 상태다. 피타 대표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피타 대표 연정 구성 마무리 언제?
현재로서는 젊은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지지를 고려할 때 피타 대표가 결국 총리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강하다. 일각에서는 쿠데타가 빈번했던 태국의 정치사와 보수적인 상원의 정서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피타 대표가 정해진 시일 안에 연정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5월의 투표 혁명’이 ‘7·8월의 의회 혁명’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방콕의 정치 시계가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타 대표를 축으로 한 젊은 세력의 대거 등장으로 태국 정치권의 상황은 각국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태국 유권자들의 자부심도 상당하다.
피타 대표는 젊음과 미래를 상징한다. 그는 엘리트 정치인이다. 태국 현대 정치사에서 민주화의 증표였던 탐마삿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와 메사추사츠공과대(MI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모빌리티 기업 그랩(Grab)에서 임원으로 일하다가 30대 후반의 나이로 2019년 총선에 뛰어들어 당선됐다. 당시엔 전진당의 전신인 퓨처포워드당(FFP) 후보였다. 2020년 법원의 판결로 소속 정당이 해산되자, 다른 의원들과 함께 전진당을 창당해 정치권에 바람을 일으켰다.
피타 대표의 인기는 태국에서 연예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가 도심의 교통적체를 피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엔 언론은 물론, 일반 시민도 몰려 환호를 보이기도 했다. 혹여라도 피타 대표가 총리 도전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가 가진 자산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중엔 태국의 관광대사가 제격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의 이미지를 이용해 ‘미소의 나라’ 태국의 관광을 홍보하자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국제적인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 “관광활성화에 피타 대표의 자산 활용하자”
외신에 따르면 태국관광청(TAT)은 피타 대표가 관광대사로 활동한다면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태국으로 오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타 대표가 지닌 매력이라면 여러 나라 중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유타삭 수파손(Yuthasak Supasorn) 관광청장이 최근 밝혔다.
그는 “피타 대표가 여론 주도층에 영향력을 지니고 있기에, 태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광대사로 활동하는 것에 동의한다면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국인들의 국내 관광활성화는 물론 외래 관광객의 유치에도 도움외 된다는 설명이다. 여론 주도층은 브랜드에 대한 관심 제고를 끌어낼 수 있는 전문가 혹은 유명인 등 인풀루언서를 말하는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태국관광협회의 참난 스리사왓 회장도 피타 대표를 관광대사로 지명하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즉각적 성과’ 전략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난 회장은 하반기에 출범할 차기 정부가 보다 많은 외래 관광객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타 대표가 총리가 된다면 더 좋은 일이라는 게 관광업계의 설명이다. 밝고 미래지향적인 그의 이미지를 적극 알릴 경우 당장 태국이 올해 목표로 삼은 외국인 관광객 2500만 명 유치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 이후 과거의 관광대국 명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올해 5월까지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00만 명에 달한다. 지난 4월 송끄란 축제를 전후해서는 외국인 유입이 크게 늘기도 했다. 차기 연정의 관광 수장은 전진당 혹은 프아타이당 출신 인사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