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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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대기업 회장 흉상’ 추진 논란

2024년까지 250억 들여 40m 높이 제작
정주영 등 ‘산업도시 빛낸’ 3~4명 후보
시민단체 “과도한 쇼… 합의 없었다”

울산시가 국내 대기업 회장들의 거대 흉상 제작에 나서자 시민단체가 “과도한 쇼”라며 비판했다.

 

울산시는 30일 ‘위대한 기업인 조형물 건립’ 사업 조례안과 추가경정예산안을 울산시의회에 제출했다.

울산시가 추진 중인 기업인 조형물 조감도. 울산시 제공

이 사업은 울산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 소유의 야산에 국내 대기업 창업주 3∼4명의 흉상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해당 조형물은 울산~언양 간 24호 국도에서 조망이 가능하도록 높이 40m 크기의 금빛 흉상으로 제작된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에 바위를 깎아 만든 4명의 미국 대통령 얼굴 조각상인 ‘큰 바위 얼굴’과 비슷한 형태다. 산업도시 울산을 이끌고 빛낸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고 알린다는 취지다.

 

시는 추경예산안에 부지 매입비 50억원, 조형물 제작비 200억원 등 250억원의 사업비를 편성했다. 조형물 건립 사업비는 이번 추경예산안 284억원 중 88%를 차지한다.

 

거대한 ‘금빛 흉상’으로 제작될 유력한 인물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초대 회장과 SK를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고 최종현 회장이다. 롯데 신격호 회장과 삼성 이병철 회장 등도 거론된다.

 

조례안과 추경예산안은 6월 중 시의회에서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시는 7월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제작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얼굴 조각상 설치는 내년 8월쯤 마무리된다.

 

하지만 250억원의 세금으로 얼굴 조각상을 제작하려는 것을 두고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번쩍이는 금빛 흉상을 울산 관문에 전시하는 것은 기업우선주의를 표방하는 이익단체마저도 어리둥절해 할만한 일차원적 일”이라며 “재벌총수의 거대흉상 조성계획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런 사업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데 지역사회에서 논의도 없었을뿐더러 시 내부에서도 제대로 검토하고 절차를 밟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