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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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미래] AI와 일자리

테크기업 과도한 경쟁… AI 악용
‘일자리 대파괴’ 부작용 우려 고조
직업능력 개발 시스템 일대 혁신
근로자의 새 기술 습득 지원해야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을 묻는 말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미숙함은 있지만 챗GPT를 필두로 한 글로벌 검색시장이 뜨겁다. 인공지능(AI) 기반 대화형서비스 시장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었다. 지난달 MS가 출시한 AI 기반 대화형 검색서비스 ‘빙’의 일평균 사용자 수는 1억명을 넘어섰으며, 구글도 AI 챗봇 ‘바드’의 고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AI 과학자와 경영인 등 350명이 AI가 ‘핵전쟁‘과 같이 인류의 멸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대표 샘 올트먼과 케빈 스콧 MS 최고기술책임자(CTO), 구글 딥마인드를 공동 창업한 무스타파 술레이만 등도 포함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1000여명의 인사가 인류에 심각한 위험을 미칠 AI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한 지 두 달여 만이다. AI 학습의 근간인 딥러닝 개념을 처음으로 고안한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는 구글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구글, MS 등 빅테크 기업들의 과도한 경쟁을 우려하면서 “테크 기업들이 AI 시스템을 발전시키면서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나쁜 행위자들이 AI를 악용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 경제학

이처럼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혁신의 부작용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자리 소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45개국의 803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미래직업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까지 69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지만 83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전체적으로 1400만개가 줄어든다. 인공지능이 일자리 증가와 소멸의 핵심 동인이다.

AI에 의해 촉진되고 있는 자동화 추세를 보면 일자리 대체효과가 창출효과를 능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IBM의 아빈드 크리슈나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향후 5년 내 7800명의 채용을 중단하거나 미룰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IBM에서 유사 업무를 하는 2만6000여명 중 30를 향후 5년간 AI와 자동화로 대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비단 글로벌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음식점에서 자율주행 서빙로봇이 홀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다. 통계청은 국내 서빙로봇 수가 2021년 3000대에서 지난해 5000대로 증가했고 올해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일자리에 대한 영향은 항상 논쟁거리였다. 3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1979년 미국에서 출간된 ‘일자리붕괴(The Collapse of Work)’ 보고서는 기술변화로 ‘일자리 대파괴’를 필연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1979년과 30년 후인 2008년 미국의 실업률은 변화하지 않았고 일하는 성인의 비율이 높아져서 ‘일자리 대파괴’라는 공포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로 인한 기술혁신의 경우도 AI관련 새로운 일자리 증가, 임금상승과 자본축적에 따른 수요증가,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업무 등이 일자리 감소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

‘일자리 대파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직업능력개발 시스템의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특히 일자리 자체는 살아있으나 일의 성격이나 직무 수행방식이 상당히 변화할 상당수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근로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연령이 높고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AI로 대변되는 기술변화로 일자리 소멸과 소득 감소에 대한 불안감은 클 것이다. 부정적 미래 예측에 근거하여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힘을 모아 일자리를 만들고 직업능력개발 지원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