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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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후 한반도 빗줄기 훨씬 더 세지고 더 자주 내릴 것”

한국수자원학회 연구 보고서

온대기후→아열대 변화 과도기
年강수량 10년 단위 16.3㎜씩 ↑
서부·해안쪽 호우 피해 커질 듯
“이번 극한호우가 연례화될 수도”
탄소배출 저감 대책 마련 시급

가시화하고 있는 기후위기 탓에 앞으로 50년 후 강원 강릉시 강우량이 연평균 1000㎜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번 여름철 집중호우에 따른 자연재해 인명·시설 피해와 같이 기후위기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2040년 피해가 더욱 심화하는 데 이어 2070년쯤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관련 전문학회에서 이미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한국수자원학회의 ‘가능최대강수량(PMP) 산정절차 재평가 및 보완연구’(2020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100년간 강수량 변화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가능최대강수량은 과거의 관측 호우 등 수문기상자료를 토대로 계산된 추정치다. 최근 한반도에서 본격화하고 있는 이상 기후·기상이변 요소(기온·강수·강우패턴·공간변동성 등)를 고려해 향후 20년·50년·100년·200년 전망치를 내놨다.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거리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한반도 연강수량은 10년 단위로 16.3㎜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우강도는 일평균 0.18㎜씩 증가하는 등 한반도가 온대기후에서 아열대로 바뀌면서 강수 특성이 크게 바뀌고 있다. 연구진은 1973∼2015년 기상청 산하 울릉도(경북)·제천(충북) 등 관측소 50개소를 선정·분석한 결과 강릉, 대구, 부산 등 동부지점 변화율이 인천, 목포(전남) 등 서부지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적 기상이변이 한반도 동부보다는 서부에서, 내륙보다는 해안에서 집중호우 등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예측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강우량 빈도를 20년 미만 빈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이들 7개 지점(서울·강릉·인천·대구·전주·부산·목포)에서 온도가 1도 상승했을 때 강우량 증가율이 더 높을 것이라는 전망치다.

또 2050년까지 온도상승이 2도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강릉지점 20년 빈도 확률강우량(특정 기간 어느 빈도로 어느 유역에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강수량)은 500㎜, 50년 빈도 1040㎜, 100년 빈도 1284㎜, 200년 빈도 1489㎜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20년 이상 재현 기간에서 온도상승에 따른 극치강우량(주어진 기간 동안 특정 지역에 내릴 수 있는 비의 양의 통계·물리적 상한) 변화율이 전반적으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 우려대로 미래 극한강수량(1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가장 큰 비)은 탄소배출에 따른 기후위기와 관련이 깊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의 올해 4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응 및 감축 중장기 연구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저감 노력이 없는 시나리오에서 원미래(2080~2099년)의 연중 일 최대 강수량은 182.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중 일 최대 강수량은 1년 중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의 평균이다.

근미래(2020~2049년)는 146.2㎜, 중미래(2050~2079년)는 165.9㎜일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의 ‘극한호우’(누적 강수량이 1시간 50㎜ 이상, 3시간 90㎜ 이상)가 기상이변이 아닌 연례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KEI는 다만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 더해진다면 근미래 140.4㎜, 중미래 150.6㎜, 원미래 145.4㎜로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극한호우에 해당하는 비는 2013년 48건에서 2017년 88건, 2020년 117건, 지난해 108건으로 해마다 8.5%씩 늘었다.


송민섭 선임기자, 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