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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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 등 지자체 186곳, 재해예비비 예산 ‘0%대’ [전국 ‘물폭탄’ 피해]

청주 등 29곳선 아예 ‘0원 책정’
상·하한액 규정은 따로 없지만
재해·재난 대응에만 사용 한정
일반예비비는 ‘한도 초과’ 많아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 목소리

기록적 폭우로 인한 각지의 피해 복구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집행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재해·재난예비비 편성액이 전체 예산의 0%대에 불과한 지자체가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 전국에 186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재해예비비를 전혀 편성하지 않은 지자체도 29곳에 달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도 재해예비비를 전혀 책정하지 않은 곳 중 한 곳으로 파악됐다.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 장병들의 배수 작업과 동시에 119 구조대원들이 버스 인양 뒤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연합뉴스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전체 예산 중 재해예비비를 전혀 책정하지 않은 지자체는 총 29곳이었다. 청주시 외에도 서울 종로·중구, 부산시, 부산 영도·부산진·북·해운대·사상구, 인천 중·연수·서구 및 옹진군, 광주 서구, 경기 의정부·파주·의왕·과천시를 비롯해 강원, 충청, 영·호남 등 일부 지자체의 올해 재해예비비가 0원이었다. 이와 관련, 부산진구와 사상구 측은 기존 예산엔 재해예비비가 없었으나, 올해 5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해예비비를 각각 약 35억원, 약 69억원을 마련했다고 뒤늦게 알려왔다.

 

재해예비비가 0%대인 지자체로 범위를 넓혀 보니 186곳이 이에 해당했다. 서울시(0.04%), 세종시(0.15%), 경기도(0.001%), 강원도(0.08%), 충청북도(0.34%), 전라북도(0.15%), 전라남도(0.71%), 경상북도(0.12%), 경상남도(0.28%), 제주도(0.14%) 등 대다수 광역단체도 이에 속했다. 

 

반면 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일반예비비의 경우 법정 한도(전체 예산의 1% 이내)를 초과해 가며 편성한 지자체는 31곳이었다. 재해예비비는 전혀 편성하지 않은 서울 중구(6.8%), 인천 연수구(1.1%), 경기 남양주(3.0%)·의정부(1.7%)·파주(5.9%)·과천시(7.6%), 전남 강진군(1.2%)도 여기에 포함됐다.

재해예비비는 재해·재난 관련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용처가 정해진 예비비다. 예측하기 어려운 예산 소요에 대비해 편성하는 일반예비비가 다목적으로 활용되는 점과는 차이가 있다.

 

재해예비비는 일반예비비와 별도로 편성하는데 이에 대한 상·하한액 규정은 없다. 지자체 입장에선 재해예비비보다는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반예비비를 편성하는 것이 재량권 확보 차원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심각성을 더해가는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자체가 최소한의 재해예비비를 편성하도록 유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강병원 의원은 “최근 기후위기로 인해 과거에는 예측치 못했던 재난·재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활용 목적이 불분명한 일반예비비를 과도하게 편성하는 것은 방지하면서, 자연재해 예방·복구를 위한 재해·재난예비비는 일정 수준 마련할 수 있도록 행안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