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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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99% “교권침해 경험”… 악성 민원이 ‘절반’

전국초등교사노조 실태조사

“교사 개인전화로 연락 않도록
민원처리시스템 체계화 필요”
29일 광화문서 2차 교사 집회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추락한 교권’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초등학교 교사 대부분이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들은 “교권 침해는 생존권의 문제”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25일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최근 초등교사 2390명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99.2%(2370명)가 “교권 침해를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경험한 교권 침해의 유형으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49.0%로 가장 많았고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 무시, 반항’(44.3%)이 뒤를 이었다. 또 학부모의 폭언·폭행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40.6%에 달했다. 학생의 폭언·폭행(34.6%) 경험률보다도 높은 수치다. 앞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알려진 뒤 고인이 사망 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특히 학부모 민원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다.

 

초등교사노조는 “‘교실 붕괴’란 단어가 회자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교권 침해가 교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학부모가 교사 개인 전화로 연락하지 않도록 체계화된 민원처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폭력 업무에서 교사 제외 △학생에 대한 정당한 생활지도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보급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관련 법안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교직 사회를 뒤덮은 분노는 수일째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22∼23일 전국 유·초·중·고 교사 1만45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5%는 서이초 교사 사건으로 ‘분노’를 느꼈다고 답했다. 무력감(75.1%)과 미안한 감정(68%), 우울감(61.1%), 자괴감(59.2%)을 느꼈다는 교사도 많았다.

 

전국 교사들은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5000여명이 참여하는 2차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22일에도 교사 5000여명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모여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바 있다. 이번에도 1차 집회처럼 노조 등의 개입 없이 진행되며, 참석자들은 검은색 의상과 마스크를 착용할 예정이다. 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인의 49재인 9월4일까지 토요일 집회를 계속 열자는 의견이 나온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