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 수도권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른바 ‘수도권 위기론’이 촉발한 여당 내 힘겨루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 비주류는 지도부의 ‘수도권 역량’을 계속해서 문제 삼고, 당 지도부는 이를 ‘리더십 흔들기’로 여기는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지역 4선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21일 YTN 라디오에서 “당이라는 배가 좌초된다면 가장 먼저 죽는 사람은 영남권, 강원도 의원들이 아니다. 저 같은 수도권 의원”이라며 “(이철규) 사무총장이 당에 대한 우려를 배를 침몰시킨 행위로 비유하지 않았나. 그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이철규 사무총장이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하며 당을 암 환자에 비유한 윤 의원을 겨냥해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맞받은 것이다.
윤 의원은 자신의 ‘암 환자’ 비유에 대해 “당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했지만, 저도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병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고치기 쉽지 않다”고 지도부를 재차 비판했다.
비윤(비윤석열)계 등 당 비주류도 지도부의 리더십을 겨냥해 화력을 쏟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별다른 준비도 없이 인재고갈이 된 수도권 대책은 있나. 대통령 지지율에만 기대어 편승하려고 하는 것은 선거대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금 무슨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서울에서 이기고 있다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도부는 메시지를 관리하며 갈등 확산을 피하는 모양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데이터상으로 어떤 여론조사 수치가 나오든지 전략적인 판단과 발언, 행동을 해야 되는 게 지도부의 책무”라며 “말도 안 되는 위기론을 불러일으키면 지지층들이 이탈해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승선’ 발언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자꾸 갈등을 불러일으키면 안 된다”며 “지극히 당연한 얘기이고, 우리 당원들의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